"새로움은 전통의 반복"… 팝아트 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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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 모네가 고야를, 피카소가 벨라스케스와 루벤스의 작품을 차용했듯이 새로움은 전통의 반복이란 미세한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팝아트에 이르면 공공연하게 대가들의 작품을 패러디하거나 차용한다. 명화가 갖는 아우라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명화의 초역사적인 권위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들이다.


·김원희 초대전
대가들의 명화 패러디

·하종우 창작지원전
영웅·우상에 대한 풍자


이런 맥락에서 '로이 리히텐슈타인으로부터'라는 주제로 28일까지 부산 금정구 구서동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김원희 초대전'은 관심이 가는 전시다. 지하1층, 지상1, 2층 등 3개 전시실을 털어 전시된 김원희의 작품은 온통 명화들의 '차용'으로 화폭을 메웠기 때문이다.

김원희는 줄곧 추상표현주의 작품에 매달렸다. 10년 전 우연한 교통사고로 죽음의 고비를 넘긴 뒤 5년간의 공백기간을 거쳐 작품세계가 완전히 달라졌다. 독창성이란 건 모더니즘이 만든 허구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의 맞은편에 또 다른 울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작가다. 근데, 자화상과 탁자 위에 눕혀진 구도는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바로 프란시스 베이컨의 구도다. 또 다른 작품에선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을 차용했다. 전체적인 주제는 앵그르에서 따왔지만, 매끈한 등에 반짝이는 망점을 붙이고, 에르메스의 명품 구두와 김홍도의 연꽃을 배치했다. 동서양미술사를 포함해서 저자가 매력적으로 채집한 문화적 코드들이 죄다 들어가 있다. 051-581-5647.

23일까지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지하2층 롯데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하종우 창작지원전-재미있는 상상'은 어찌 보면 뻔한 조각으로 갤러리를 채웠다. 실물의 절반 혹은 3분의 1 크기로 만든, 유명인들을 둘씩 짝지은 조각 20점이다. TV라는 2차원 평면에서 지겹도록 봐왔던 스타들의 3차원 입체물은 영웅이나 우상의 기념비에 대한 풍자로도 읽힌다.

아름다움이란 주제로 묶은 제시카 알바와 장미란. 아령을 들고 있는 둘은 외면적인 아름다움과 건강한 아름다움으로 대별된다. 그런가하면 권위란 코드로는 이명박 대통령과 강호동을 엮었다. 강호동이 껄껄 웃으며 대통령을 향해 손바닥을 뻗는 자세다. 작가는 국민을 대표한 MC로서 강호동이 대통령에게 정치를 잘하라는 질타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했다. 근데, '무릎팍도사'에 익숙한 관객들은 강호동이 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새로움은 그런 사소함에서 나오는 거다. 051-810-2328. 이상헌 기자 t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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