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철이에게/이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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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쪽 돌담 앞에

소꿉장난하던 사금파리 밑에서

새파란 것들아, 돋아나거라.

발가벗은 도토리들

가랑잎 속에 묻힌 산기슭

가시덤불 밑에서

달래야,

새파란 달래야, 돋아나거라.

….'

이오덕 선생님의 그림동시집 '철이에게'(그림 허동국/처음주니어/9천500원) 10∼15쪽에 실린 '봄아, 오너라'의 일부 구절입니다. '새파란 것', '새파란 달래'란 표현이 참 싱그럽습니다. '새파란'은 그 자체로 '성장하는' 자연과 어린이를 웅변하는 듯합니다. 그 웅변은 현재가 아니고 미래입니다. 이처럼 선생님의 동시에는 자연과 어린이를 동화시킨 대목이 유난히 많습니다.

'이 비 개면/학교 가는 고갯길엔/뻐꾹채꽃이 피고/살구나무 푸른 잎 사이/새파란 열매들/쳐다보이겠다.'(20쪽 '이 비 개면')



'산을 바라보는 아이는/그 가슴에 커다란 바위가 있다./바위 밑에서 맑은 샘물이 솟아나오는'(102쪽 '산을 바라보는 아이')

'피라미는/몸이 여위어 가느다란 피라미는/햇빛을 안고 다니는/차라리 새가 되고 싶다.'(132쪽 '피라미')

이번 그림동시집은 선생님의 시집 '개구리 울던 마을'과 '탱자나무 아래서', '까만새' 등 3권에 실린 시 중 42편만을 가려 새로 엮었습니다.

선생님는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썼다는 시가 예쁘장하고 귀여운 것이 되지 못해서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나는 비단 같은 말로 아이들을 눈가림하여 속이는 것이 싫습니다. 동시가 사탕과자나 장난감이 아니고, 더욱 커다란 감동스런 세계를 창조하는 시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나로서는 오늘날 이 땅 아이들의 참모습을 정직하고 진실하게 노래하면서 그들의 영혼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은 1925년에 태어나 평생 교육자로 사시다 2003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동시를 읽고 자란 아이들이 지금의 아빠이고 엄마입니다. 이제 선생님의 그 '새파란' 꿈을 여러분이 이어갈 차례입니다. 백현충 기자 ch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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