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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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끼 식사 꼭 먹어야 하나

"안 먹고 싶은데…." "아침 거르면 몸에 안 좋아요. 조금이라도 드세요."

얼마 전 결혼한 직장인 박병수(36) 씨는 아침 식사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몇 년 전부터 아침을 걸러온 박 씨에게 꼭 밥을 먹고 출근하라는 부인의 강권이 들어온 것이다. 박 씨는 점심, 저녁을 먹고 아침은 먹지 않는 게 습관이 되어서 공복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아침밥을 먹고 나면 속이 더 불편해지는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박 씨의 부인은 한 끼만 굶으면 쓰러지는 줄 안다. 혼자만 안 먹는다고 하자니 좀 미안한 것도 같고, 먹자니 싫고…. 박 씨는 아침을 먹어야 할까, 꿋꿋하게 안 먹는다고 할까.

· 세 끼 먹은 지 얼마 안 돼

하루 세 번의 규칙적인 식사가 좋다는 견해는 아이들도 다 아는 상식이다. 아침을 거르면 어떻게 될까. 다수의 의사들은 "아침을 거르면 점심 저녁 때 폭식을 해서 오히려 하루 식사량이 늘어난다. 아침을 먹어서 뇌에 에너지원을 공급하면 기억력이 향상되고 일의 능률도 높아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요즘 들어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자연의학 쪽에서는 '조식 폐지'라고 해서 아침을 먹지 말자는 운동도 펼치고 있다. 이거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일단 역사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에 세 끼 밥을 먹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두 끼 밥이 관례. 유럽에서도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중엽 이후가 되어서야 세 끼의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니 세 끼 밥을 먹기 시작한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과 100∼200년 밖에 되지 않는다.

박 씨에게 아침을 먹지 않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다시 한 번 물었다.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의 박 씨는 얼마 전에 혈압이 높다는 판정을 받았다. 나이가 들면서 살은 찌는데 운동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업무상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은 박 씨로서는 적게 먹기도 힘이 들었다. 그래서 아침을 거르기 시작한 것이 습관이 됐다. 알고 보니 아침을 거르거나 하루에 한 두 끼 밖에 먹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름난 음식점 대표들도 있다. 이들은 손님들에게 정성들여 음식을 마련해서 잘 먹고 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소식에 끼니까지 거른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 운동 선수도 하루 두 끼면 된다

하루 두 끼의 식사를 권장하는 사람 중에는 의사들도 있다. 현대의학의 한계를 절감하고 대체의학과의 결합을 시도하는 부산 북구 만덕동 파라다이스의원 김진목(사진) 원장이 대표적이다. 김 원장은 "아침을 굶으면 저녁 이후 18시간이나 되는 단기간의 '단식'을 하는 셈이다. 이 기간에 위장을 비롯한 내장기관이 충분한 휴식을 하고, 혈액이나 임파액이 청정 강화돼 비상한 치유력을 발휘한다. 또 부족한 에너지만큼 몸 속에 있는 여분의 영양분을 태워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몸에는 좋을지 몰라도 당장의 허기는 견디기 힘들지 않을까. 김 원장은 "시장기가 드는 것은 잠시다. 하루 두 끼에 익숙해져 위장이 좋아지면 그다지 공복감을 느끼지 않고 마침내 식사를 잊을 정도가 된다. 위장의 기능도 점차 향상되어 소화 흡수가 좋아지기 때문에 종래의 세 끼에 해당하는 영양이 흡수된다. 성장기에 있는 사람이나 운동선수, 노동자들도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레슬링, 복싱, 씨름 선수들 가운데는 오전에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훈련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레슬링계의 거두였던 역도산도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아침을 거르면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렇게 반박한다. "수 년간 아침 식사를 계속하던 사람이 갑자기 아침을 거르면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침을 거르던 사람을 대상으로 아침을 먹게 해도 실험 결과는 똑같이 나온다."

· 몸이 쉬도록 배려해 줘라

부산의 원로 작곡가이자 '금식의 신비'라는 책까지 낸 정원상(84) 전 동의대 교수도 "아침 식사를 폐지하고 하루 식사는 점심과 저녁 두 끼만 먹자"고 주장한다. 정 교수는 "생리적으로 오전에는 배설기관(콩팥)이 일을 하고, 소화기관은 쉬게 되어 있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단기 금식과 같아서 여러 가지 질병에서 낫게 된다"고 설명했다.

양산에서 단식원인 양신생활원을 운영하는 박정덕(67·사진) 원장은 하루 두 끼 식사라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아침을 먹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박 원장은 올해로 10년 넘게 오전 9시에 아침, 오후 3시에 점심을 먹고 저녁은 먹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박 원장은 자신의 여러 가지 병력을 단식과 이 같은 요법의 체질 개선으로 치유했다. 다만 박 원장은 무조건적인 조식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 아침을 안 먹으려고 저녁에 많이 먹으면 오히려 좋지 않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배가 고프다는 욕구를 느낄 때 먹으면 된다. 무엇보다 먹고 나서 자기 몸이 쉬도록 배려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 소식하며 운동해야 건강

아침을 먹는 게 좋은지 안 먹는 게 좋은지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침을 거른다고 해도 맑은 생수나 감잎차는 많이 마시라고 권한다. 노인의 경우에는 생야채즙을 먹든지 생식을 소량 먹는 것도 괜찮단다. 김진목 원장도 사실은 "욕심을 버리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게 중요하지 식사 끼니 수에 완전한 정답은 없다. 영양의 밸런스만 지키면 된다"는 유연한 입장이다.

절식해야 장수한다는 이론을 펼쳐 노화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유병팔 부산대 석좌교수(현재 미국 체류 중)는 하루에 한 번만 식사를 한다. 유 교수는 건강과 장수의 비결을 소식과 적당한 운동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유 교수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한 끼 식사를 권장하지는 않는다. 몇 끼를 먹느냐가 아니라 적게 먹고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고 활동이 줄었다면 섭취 열량을 당연히 줄여야 한다. 유 교수는 "끼니 횟수는 개인에게 맞게 결정하고, 대신 매 끼니를 채식 위주로 기름기 없이 담백하게 조리해 칼로리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파라다이스의원(051-335-5288), 양신생활원(055-374-1874).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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