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아이 반갑게 맞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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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아동보호종합센터 '반 편견 입양 교육'

부산시 아동보호종합센터는 입양아 부모들이 직접 교사로 참여해 입양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반편견 입양 교육 중 연극을 하는 여고생들 모습. 김효정 기자

"아이 유치원에서 태몽이 뭔지 알아오라는 숙제를 냈더라고요. 준비물로 배 속 초음파 사진을 가져오라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라고요." 막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초음파 사진을 내놓으라고 조르는데 김씨는 난감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이 앞선다.


부모 직접 교사로 참여
입양 가족의 사랑 알려

"사회 필수 교육 됐으면"


유치원의 숙제가 그리 어려운 것 같지 않은데 김씨가 왜 이리 당황할까. 김씨의 막내딸은 가슴으로 낳은 아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사상 처음으로 국내 입양아 수(1천388명)가 국외 입양아 수(1천264명)를 넘어섰다. 관련 단체들이 꾸준히 입양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 곁의 입양 가족들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요!

지난달 25일 부산 서구 아미동의 아동보호종합센터. 며칠 남지 않은 방학, 봉사 점수를 채우기 위해 여고생 1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반 편견 입양 교육'이라는 생소한 강좌를 듣기 위해서다.

50대 초반의 강사, 김미옥씨가 들어섰다. "세 시간 동안 강의가 진행되는데 쉬는 시간 빼고 진행할까요? 중간에 끊어지면 수업 진행에 매끄럽지 못하거든요." 김씨의 질문에 아이들의 대답은 한결 같다. "무조건 빨리 마치는 걸로 해 주세요." 아이들은 수업 내용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어떻게 하면 이 지겨운 시간을 빨리 벗어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눈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동영상 하나를 튼다. 대형 화면으로 아이들이 눈길을 돌린다. 우유를 주는 철사 인형과 부드러운 솜뭉치로 만든 인형 중 아기 원숭이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관한 실험이다. 원숭이는 잠깐 우유를 빨더니 대부분의 시간을 솜뭉치로 만든 인형을 안고 논다. 연이어 엄마를 잃고 시설에 수용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적절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고 있지만 아이들은 기가 죽고 불안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부모의 사랑이에요. 아이가 필요할 때 즉각적인 반응과 관심을 보여주는 존재가 필요한 거죠. 갓 태어난 아이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1만9천여 명의 아이들이 시설에서 자라고 있어요. 이들에게 부모의 사랑은 절실하답니다."

강사의 말에 여고생들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길러주신 부모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말이 아이들의 가슴에 닿았던 모양이다.

# 편견 타파 입양아 부모들이 나섰다

조용해진 교실은 화면에 뜬 가족사진 하나로 다시 웅성거린다.

"여러분들이 본 적이 있는 사람을 사진 속에서 찾아보세요." "에이, 선생님 가족사진이잖아요." 이런 시시한 질문이 있느냐는 반응이다. "선생님 가족사진 자랑하려고 그러는 거죠?"라며 대놓고 핀잔을 주는 학생도 있다.

"네, 제 가족사진 맞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소개할게요. 제 옆에 있는 사람은 남편, 그리고 앞의 딸이 결혼 13년 만에 낳은 첫 아이고요. 똘똘하게 보이는 둘째 아들은 3년 전 제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예요. 선생님은 입양 가족이에요."

선생님의 고백에 아이들이 놀라는 눈치이다. 강사의 말이 이어진다. "결혼으로, 출산으로 만들어지는 가족 외에도 저처럼 입양으로 가족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제 이렇게 맺어지는 가족들이 많아질 거예요. 여러분들 주위에도 이미 많이 있고요. 가족의 한 형태이니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면 절대 안된답니다."

선생님의 입장보다는 입양아를 가진 어머니로서의 진심어린 부탁의 말을 건넨다. 아이들의 표정이 처음과 다르게 무척 진지하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반 편견 입양 교육은 늘 이렇게 처음의 웅성거림이 감동으로 바뀌어 마무리된다.

입양 부모가 교사로 나서는 '반 편견 입양 교육'은 지난해 5월 시작됐다.

그동안 입양 부모들은 남몰래 아이들이 마주할 세상의 편견에 대해 가슴앓이를 하고 있던 차였다. 아동센터가 그럼 부모들이 직접 나서보자고 제안하며 이 같은 교육이 탄생했다.

"요즘 필수로 진행되는 성교육처럼 반 편견 입양 교육도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받았으면 좋겠어요."  학교별로 교육 신청을 받고 있는데 아직은 관심이 미흡한 실정이란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절실한 외침이 난무하는 요즘,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 '입양'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051-240-6362.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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