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갑출의 낚시천국] 2009 바다낚시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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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마릿수 풍성 '돌돔 열풍'에 전국이 '들썩들썩'

지난해 5월 주호윤씨가 추자군도에서 낚은 97㎝짜리 참돔. 지난 한해 동안 국내에서 낚인 참돔 중 최대어다.

경인년 새해를 맞아 지난 한해 바다낚시 전체 조황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2009년 조황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평년작 이하'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갯바위낚시의 가장 중요한 주어종인 감성돔은 전체적으로 마릿수는 많이 나온 것 같으나 평균 크기가 작아졌고, 참돔 역시 크기와 마릿수 모두 평년작 이하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벵에돔은 시즌이 너무 짧아 벵에돔 마니아들을 애태운 한해였다. 다만 돌돔 조황은 평년작을 크게 웃돌 정도로 크기와 마릿수 모두 좋은 조황을 보여 전국적으로 돌돔 열풍이 일어나기도 했다.

참돔·감성돔 등 '평년작 이하'

2009년 한 해 동안 낚인 낚시 대상어 중 가장 큰 최대어는 어느 정도인지 낚시 포털 사이트 '디낚(www.dinak.co.kr)' 자료를 참조해서 정리해 봤다.

볼락은 3월 10일 거제도에서 전상훈씨가 낚은 32㎝(2002년 7월 13일 만재도 40.3㎝, 이하 역대 기록)였고, 감성돔은 4월 5일 추자군도에서 홍진학씨가 낚은 62㎝(2000년 2월 1일 추자군도 68㎝)였다. 두 어종 모두 바다낚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데 비해 2009년 기록은 역대 한국 기록어에 비해 한참 밑도는 수준이라 큰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히 벵에돔, 돌돔, 참돔은 연간 최대어 기록이 비교적 준수한 편이었다. 벵에돔은 1월 29일 제주도 지귀도에서 오철민씨가 낚은 53㎝(2005년 2월 13일 부산 남형제섬 55.8㎝)였다. 돌돔은 7월 23일 추자군도에서 조강운씨가 낚은 69㎝(2000년 11월 7일 여서도 71.5㎝), 참돔은 5월 30일 추자군도에서 주호윤씨가 낚은 97㎝(1997년 4월 4일 제주 논짓물 107㎝)로 나타났다.

낚시천국 추자군도 옛 명성 회복

기록상으로 보면 지난해 바다낚시 주요 대상어종 최대어가 대부분 제주 추자군도 일원에서 배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추자군도는 사철 대물을 만날 수 있는 명소가 확실하다는 사실을 이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한때는 '한국 최고의 낚시천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추자군도지만, '뻥치기' 등 불법어업의 여파로 조황 굴곡이 심한 탓에 일본 대마도가 반사 이익을 누리면서 낚시인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꾸준한 불법 뻥치기 단속 등으로 인해 조황이 다시 살아나면서 요즘은 대물과 기록갱신을 꿈꾸는 낚시인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돌돔 열풍 올해도 이어질 듯

지난 한해 조황에서 가장 큰 특징을 꼽는다면 '돌돔 풍년'이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 수온 상승으로 인해 여름 어종인 돌돔 자원이 풍부해진 탓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잘 사용하지 않던 미끼인 보라성게를 사용하는 낚시가 인기를 끌면서 대물 돌돔이 많이 배출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황이 좋다 보니 돌돔낚시 인기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진 한해였다. 피크시즌에는 돌돔 장비를 구입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급속하게 돌돔 인구가 많이 생겨났다. 이 같은 돌돔 열풍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과 2009년 가장 대조를 이룬 어종으로는 갈치를 꼽을 수 있다. 시장에서도 구경하기 어려운 대물급 갈치를 마릿수로 낚을 수 있는 먼 바다 갈치배낚시는 몇 년 전부터 붐을 타기 시작해 2008년에 피크를 이뤘다. 그만큼 조황도 좋았고 동호인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에는 갈치 조황이 예년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특히 시즌이 예년보다 1~2개월 늦게 시작됐다가 그마저도 다른 해보다 일찍 끝나, 갈치배낚시를 운영하는 선장이나 선주들이 울상을 짓게 만든 한해이기도 했다.

눈새치 등 열대성 어종 부쩍 잡혀

2009년에 일어난 가장 큰 이변이라고 하면 동해와 남해에서만 볼 수 있던 벵에돔이 서해남부에 속하는 가거도에서 낚여 올라왔다는 소식과 남해안 이곳저곳에서 새눈치(감성돔의 일종이지만 주로 열대나 아열대에서 나는 어종) 등 열대성 어종이 부쩍 자주 낚였다는 소식을 들 수 있다. 어종 분포지역이 넓어지고 다양한 어종이 낚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겠지만,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방증인 것 같아 불안한 예감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낚시인들에게 가장 관심을 끈 사건으로는 2008년 8월 14일 통영 소지도 갯바위에서 낚시인이 실종돼 숨진 사건의 재판 결과를 들 수 있다. 이번 판결은 갯바위에서 발생한 낚시인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이 선장에게 있다는 점을 나타낸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갯바위에서 낚시인들에게 일어나는 각종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다툼과 갈등이 많았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낚싯배 선장과 낚시인 모두 안전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두 번 다시는 낚시로 인해 목숨을 읽는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 새해에는 모든 낚시인들이 '대박'을 기록하는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

월간 바다낚시 & 씨루어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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