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社名 인연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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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씨가 그의 8대조 외할머니인 샤로테가 그려진 엽서와 소설책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최근에 부산에서 벌어졌다.

부산대와 공동연구차 3개월 전에 한국에 처음 온 독일인 보쉬(28·프라운호퍼 연구소)씨는 지도를 보다 'Lotte'라는 낯익은 이름이 부산에 많은 걸 보고 신기하게 여겼다. 'Lotte'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등장한 그의 8대조 외할머니인 샤로테(Charlotte)의 애칭이었기 때문.

회사 이름 따 온 괴테 소설 속 '샤로테'
실제 후손 보쉬씨 롯데 신회장에 서신
롯데, 獨 롯데 하우스 돕고 인연 유지키로


보쉬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롯데그룹 창립자인 신격호 회장이 괴테의 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아 소설 여주인공 이름인 로테(Lotte)를 따서 회사 이름을 지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감전이라도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23세의 괴테는 1772년 독일 북부 하노버 근처인 베츨라츠의 고등법원에서 일할 당시에 약혼자가 있던 샤로테 부프와 사랑에 빠졌고 자신의 연애담을 바탕으로 4주 만에 이 소설을 써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지난 19일 기자와 만난 보쉬씨는 "이 소설은 베르테르가 자살을 했다는 부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게 괴테가 겪었던 사실이다. 괴테가 1773년 결혼하는 샤로테를 위해 프랑크프루트에서 사온 반지를 선물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최근에 들었다"고 말했다. 보쉬씨에 따르면 현재 독일 베츨라츠에는 샤로테의 생가가 개인 박물관인 '롯데 하우스'로 남아서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샤로테 부프 가문의 후손들은 현재 50∼60명이 남아서 2년마다 모임을 갖고 있다.

샤로테가 속한 부프 가문 후손들의 이야기는 보쉬씨가 롯데의 신 회장에게 샤로테가 자신의 8대조 외할머니라는 사실을 편지로 전하며 알려졌다. 롯데 측은 독일의 롯데 하우스에 가능한 모든 도움을 제공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부프 가문과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쉬씨는 베츨라츠의 한 지역 신문이 롯데그룹이 소설 속 샤로테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사실을 보도한 1990년도 기사도 뒤늦게 찾아서 공개했다. 이 기사는 괴테에 감명을 받은 한 독자가 괴테보다 더 큰 부자로 성장했다고 끝을 맺고 있다. 소설이 출간된 지 수백 년 만에 맺게 되는 샤로테 부프 가문과 롯데그룹의 인연은 물질보다 위대한 예술의 힘을 새삼 실감케 한다. 보쉬씨는 20일 귀국했다. 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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