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성 난청' 의심하고 빨리 병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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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아침 갑자기 귀가 먹먹하다면…

갑자기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돌발성 난청은 감기 증상을 동반할 때가 많아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 실적 때문에 늘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 이모(45)씨. 며칠 전부터 날씨가 추워지자 몸에 감기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전화를 받다 평소와 달리 오른쪽 귀에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멍멍하면서도 귀의 울림이 지속돼 가까운 병원을 찾았더니 돌발성 난청이 의심된다고 했다. 청력 검사에서 고도의 감각신경성 난청이 측정됐다. 1주일께 치료를 받고 퇴원했는데, 1개월이 지난 현재 가벼운 이명은 남아 있지만 청력은 완전히 회복됐다. #2. 결혼한 지 1년 된 새댁 김모(30)씨는 최근 이틀 전부터 갑자기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병원에서 중등도의 감각신경성 난청이 측정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입원 5일째 부분적으로 호전됐지만 여전히 난청이 지속돼 MRI촬영 결과 뇌와 귀 사이에 청신경을 누르는 3cm 크기의 종양을 발견했다. 수술로 종양은 완전히 제거됐지만 처음의 난청 상태는 영구적으로 남았다.

급히 발병하는 감각신경성 질환… 감기증상 동반 많아
스테로이드 치료 빠를수록 좋아… 최근 주사로 직접 주입


·어느 날 갑자기 귀가 안 들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초겨울. 신종플루 사태로 온 세계가 떠들썩하면서 주변에서도 조금만 감기 기운이 있어도 신종플루가 아닐까 의심하며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런 와중에 감기 증상과 함께 어느 날 갑자기 멀쩡하던 귀가 들리지 않는다면 돌발성 난청을 의심해봐야 한다. 환자의 상당수가 발병 직전 또는 발병 당시 감기 증상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 영역의 응급질환 중 하나인 돌발성 난청은 수 시간 또는 2∼3일 이내에 갑자기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질환. 연간 10만 명당 5∼20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점점 증가 추세이다.

말 그대로 갑자기 귀가 잘 안 들리는 돌발성 난청은 보통 아침에 일어난 뒤 한쪽 귀에서 느끼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가벼운 난청에서부터 완전히 들리지 않는 청력 손실까지 다양하며, 드물게 양측에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이명이나 현기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난청이 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귀가 울거나 먹먹하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바이러스 감염·혈관 장애 주요인

돌발성 난청은 바이러스 감염과 혈관장애가 주요인으로 고려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상당수의 환자들이 발병 직전이나 발병 당시 감기 증상을 호소해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염을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 동맥경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같은 성인병도 기저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귀로 연결되는 미세 혈관에 혈액순환 장애가 일어나 발병 원인이 된다. 달팽이관 손상, 청신경 종양 또는 뇌종양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환자의 상당수는 감기 증상과 함께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 육체적인 피로 누적을 많이 호소한다.

·최근엔 직접 귀에 스테로이드 주사

돌발성 난청 역시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 여러 검사로 난청의 정도를 확인하고, 다른 원인 파악을 위해 각종 혈액검사 및 MRI촬영을 하기도 한다.

돌발성 난청의 치료는 절대 안정을 취하면서 스테로이드제, 혈액순환 개선제, 혈관확장제, 항바이러스제 등을 원인에 따라 병용한다. 이 중에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투여가 기본 치료로 널리 사용된다.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는 일반적으로 항염증, 면역억제, 혈액순환을 도와 손상된 와우 기능의 회복과 특히 중등도 난청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만 당뇨, 고혈압, 위궤양, 결핵환자 혹은 임신부에게는 사용이 제한된다.

최근에는 스테로이드의 이 같은 합병증 예방과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귀에 직접 이를 주사하는 새로운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주사기로 고막 안쪽 공간인 고실 내로 스테로이드를 직접 투여하는 방법으로 달팽이관에만 선택적으로 흡수된다. 쉽게 할 수 있는데다 적은 투여량으로 달팽이관 내 스테로이드 농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신 부작용이 거의 없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침례병원 이비인후과 한치성 과장은 "당뇨병 환자에게 발생한 돌발성 난청에 대해 고실 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을 통해 기존 치료법과 달리 합병증 없이 동일한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임상 결과는 미국이비인후과 학술재단의 공식학회지 11월호에 게재됐다.

스테로이드의 주입 횟수와 간격, 전체 치료기간에 관한 세밀한 방법, 약물이 달팽이관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환자 개별적인 차이 등에 대해서는 표준화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돌발성 난청은 치료 이후 보통 3분의 1은 정상 회복, 3분의 1은 부분 회복, 나머지는 그대로이거나 더 나빠질 수 있다. 특히 고령자나 심한 난청, 현기증이 동반되거나 치료가 늦다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빨리 전문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돌발성 난청이 응급질환으로 간주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곽명섭 기자 kms01@busan.com

도움말= 침례병원 이비인후과 한치성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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