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미녀 며느리들 다문화 전도사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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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주여성인권센터 강사단 구성 수업 진행 "한국은 함께 사는 땅"

'부산이주여성인권센터 다문화 강사단'과 한국인 지원요원인 하아영(왼쪽에서 두 번째)씨.

"한국에 와서 기가 죽어 살았는데 직접 우리 문화를 알리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스타가 되는 기분이에요. 수업 후 아이들이 몰려와 사인해 달라고 해요. 무엇보다 몽골의 넓은 초원, 파란 하늘을 한국 어린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 뿌듯했어요."

꽤 능숙한 한국말로 수업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몽골에서 온 토야(27)씨. 그녀의 수업 노트에는 몽골의 자연 환경부터 놀이문화, 기초 숫자와 인사말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그녀는 지난해 연말 정식 출범한 '부산이주여성인권센터 다문화 강사단'의 일원. 이 강사단은 몽골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태국, 5개국 각 2명 총 10명으로 이뤄져 있다. 3∼4년 전 한국으로 시집 온 외국인 며느리들이 대부분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율냐(24) 씨는 "빨리 한국 사람 돼라고 몰아 부치는 것도 좋지만 우리 나라를 완전히 잊어버리라는 건 많이 섭섭하더라"고 했다.

그러나 사정이 바뀌었다. 이제 그들이 자국의 문화를 가르치겠다며 나선 것이다. 이는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 쌍방향 소통의 새로운 시도다. 김 소장은 "지금까지는 그들을 빨리 한국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었다. 그런데 이젠 이들의 능력을 활용해 한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 10명의 강사단은 상담, 통역 과정, MBTI(인성)검사, 컴퓨터 교육, 강사 역량 프로그램, 문화 프로그램에 걸쳐 강사 교육을 받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지역의 아동센터, 도서관 등지에서 4~5차례의 무료 수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대학 대학원까지 졸업한 인재들이기도 하며, 음식 노래 춤 등에서 장기가 많다고 한다.

몽골에서 온 자가생(29) 씨는 "매우 뿌듯하다"고 했다. 이전에는 일자리를 갖고 싶다고 해도 가족들은 "무슨 일을 하겠냐, 식당이나 공장 아니면 일자리는 없다"며 면박을 줬다. 그러나 지금은 남편이 자료 준비와 수업 준비를 적극 도와주고 있다. 베트남 뚜에티(26)씨도 "이전에는 한국어 써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이젠 집에서도 베트남어를 쓰거나 베트남 자료를 찾는 게 허락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의 갈길은 멀다. "수업하러 가면 아이들이 선생님은 언제 돌아가요 라는 질문을 많이 해요. 너희들과 같이 한국에 살고 있다고 해도 실감하지 못해요." 한국생활 9년차인 팀완(41) 씨의 말에 중국에서 온 문춘옥(37), 베트남에서 온 딘디야(27), 태국에서 온 조이(36) 씨가 "맞아요"라고 맞장구를 친다. "한국을 여전히 한국 사람들만 사는 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팀완씨의 딸은 친구에게서 "피부가 검다"는 놀림도 받았단다. 그러나 이제 엄마가 외국인이어서 좋다는 말을 할 정도로 성장한 딸이 그저 고마울 뿐이란다.

취재 날, 10명의 강사들은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자기 나라의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며 새벽부터 부산하게 준비했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들은 "다문화 수업이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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