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 마산 저도 연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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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디어질 때 … 우린 빨간 철교 위를 걷는다

낡은 철교를 건너는 동안 어느새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사진은 옛 저도 연륙교의 모습. 다리 왼편으로 보이는 새 다리와의 묘한 대비는 마치 서로 다른 두 시간대가 공존하는 느낌이다.

시간을 비켜 영원한 것은 없다. 시간이라는 풍랑 속에선 모든 것이 퇴색된다. 그래서 우리는 흐르는 시간 속에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혹은 소중한 기억이든. 우리는 '추억'이라는 메모리 속에 소중한 것을 가두어 저장하고, 무디어 가는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특별한 날의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사랑을 한다. 바야흐로 밸런타인데이다. 도심 속 '댄디'한 레스토랑에서의 멋진 저녁과 선물도 좋겠지만, 보다 특별한 추억을 위해 훌쩍 떠나는 둘만의 여행은 어떨까? 부산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두 마음을 하나로 이어줄 아름다운 다리가 있다. 마침 주말이라 시간 내기도 수월하다.

마산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저도 연륙교. 이름 그대로 '저도'라는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다. 그런데 같은 이름의 다리가 둘이다. 하나는 1987년 만들어진 철교이며, 다른 하나는 2004년 새롭게 완공됐다.

바로 옆 새 연륙교가 개통하면서 옛 철교는 제 기능을 넘겨주고 은퇴 아닌 은퇴를 했다. 새 연륙교 개통 이후 차량통행이 금지되면서 지금은 보행자들의 이동만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추억 속 다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차에서 내려 이 다리를 건넌다.

철골 구조만으로 만들어진 옛 다리는 그 모양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 1957)' 속의 다리와 비슷하다고 해 마산의 '콰이강의 다리'라고도 불린다. 철골로 엉기성기 엮어 놓은 듯 한 모양이 왠지 미끈한 요즘의 다리보다도 더 정겹다.

다리도 다리지만, 다리 위에서 둘러다 보이는 인근 풍광도 보통이 아니다.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사이로 점점이 떠있는 섬. 쇠섬, 암목섬, 자라섬…. 그리고 뭍의 낮은 산들까지. 다리 위에서 바라다 본 아름다운 풍경은 다시 그 풍경 속에 둘러싸인 다리까지 더욱 아늑하게 만든다. 차를 타고 휑하니 지나쳤다간 절대 품어 안지 못할 것들이다.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면 발아래 바닷물이 마치 눈 앞 수족관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 맑고 깨끗함에 놀란다. 물 속 불가사리가 너무 또렷해 마치 물속에 별이 들어간 듯하다.

200m가 채 안 되는 짧은 다리를 느리게 걸어 건너면 고작 2~3분. 그러나 다리 위에서 우리는 시간을 잃어버린다. 그래설까? 연인이 다리를 건너는 동안 손을 놓지 않는다면 그 사랑이 영원히 이루어진다는 전설(?) 아닌 전설도 전해져 내려온다니, 이 또한 이번 여행의 작은 '미션'으로 적격이다.

연륙교를 뒤로 하고 돌아 나오면 해안도로(3번 시도)와 다시 마산으로 돌아가는 길(1002번 지방도)이 만나는 내포삼거리에 닿는다. 좌측 해안도로는 77번 국도로 이어지면서 남해안을 끼고 도는 길 중 '아름다운 길'로 입소문이 나 있다. 그러나 수년 새 굽어 들어오는 해안선마다 크고 작은 조선소들이 들어서 예전의 명성만 못해졌다.

당초 77번 국도를 타고 당항포 관광단지로 향하려 했지만 4월 공룡엑스포를 앞두고 3월까지 휴장한다는 소식에 일정을 바꿔 마산 시내로 발길을 돌렸다.

마산의 산복도로 인근에 위치한 문신미술관(055-220-6550). 혹시 오해할까 덧붙이지만 몸에 그림을 새기는 문신(文身)이 아니다.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선생의 작품을 모아놓은 곳이다. 2층짜리 건물 층층에 1, 2전시관을 두고 조각작품, 유화 등 29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문신 선생의 작품도 물론 좋지만, 전시관 아래로 보이는 마산 시내와 마산항의 전경 또한 이곳을 찾는 이들의 가슴을 뻥 뚫어준다. 자판기 커피라도 한 잔 손에 들고 있으면 여느 스카이라운지가 부럽지 않다. 다만 인근에 솟은 아파트 건물이 경관을 일부 가리는 게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입장료 500원이 아까울 정도는 아니다. 인근 마산시립박물관을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슬슬 출출할 때도 됐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알뜰함도 허기가 가신 다음이라면 너무 매정한가? 그래도 먹어야 산다. 모처럼 마산까지 왔다면 전국 어느 도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간판 '마산아구찜'의 원조를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마산 시내 오동동에 가면 쉽게 아구찜 골목을 찾을 수 있다. 00아구찜, 00아구찜…. 골목 끝까지 이어지는 수많은 간판만 봐도 아구찜이 얼마나 이곳의 명물인지 실감이 간다.

50여 년 전만 해도 그물에 걸리면 바다에 다시 던져 넣거나 거름으로 썼다는 아구를 마산 오동동의 혹부리 할머니가 된장, 고추장, 마늘, 파 등을 섞어 짜게 만든 것이 아구찜의 시초라고. 1960년대 중반 콩나물과 미나리 등 채소가 들어가면서 오늘날 아구찜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오동동을 중심으로 아구찜 식당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돌아가는 길. 이내 남해고속도로로 올리지 말고 창원으로 향하는 국도 2번을 타고 가다 봉암갯벌 생태학습장에 들러보자.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 공업 지역내 봉암갯벌을 살리기 위해 조성한 이곳은 마산만 안쪽에 자리 잡았다.

갯벌 내 생태학습관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는 것이 다소 아쉽지만, 갈대밭 사이로 탐조대까지 이어지는 원목데크의 풍광만은 일품이다. 연인들이라면 함께 사진 한 장 박고 싶은 욕구가 끓어올라 카메라를 들고 찍어 줄 누군가를 찾게 될 듯. 갯벌로 내려가면 게나 갯지렁이 등 작은 갯벌 동물도 관찰할 수 있다.

단체 방문일 경우 미리 해양수산청(055-249-0404)이나 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055-237-8006)에 연락하면 생태학습관 문을 열고 갯벌 생태교육 프로그램도 공짜로 즐길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글=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사진=강원태기자 wkang@

마산 저도 연륙교 가는 길

저도 연륙교는 마산 시내에서 14번, 79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다 현동교에서 좌회전해 1035번 국도로 갈아탄 뒤 다시 1002번 국도로 옮겨 가는 동안 여러 곳에서 쉽게 표지판을 찾을 수 있다.

시내에서 백령재를 넘어 해안도로를 타고 올 경우 중간에 1035번 국도와 만난다. 어느 길을 이용해도 무방하다. 시내에서 넉넉잡아 30분을 넘지 않는다.

저도 연륙교에서 돌아나오는 방향을 기준으로 1002번 국도 중간 내포삼거리에서 좌회전하거나 1035번 국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좌회전하면 77번 국도로 이어진다.

문신미술관은 마산 시내 산복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이 또한 산복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표지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구찜으로 유명한 오동동 아구찜 거리는 시내 마산어시장에서 용마고등하교 방향으로 100m 정도 더 가면 오른쪽 골목 입구에 아구찜 거리를 상징하는 안내판이 보인다.

봉암갯벌 생태학습장을 찾아가려면 마산 시내에서 창원 방면으로 방향을 돌린다. 2번 국도를 타고 마산자유무역지역을 지나 봉암교를 건너기 전 좌회전하면 도로변에 생태학습장이 있다. 마산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러보는 것이 좋겠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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