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공감 도덕적 기준·규범 확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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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개선 필요성 '확산'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위장전입 전력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희만 기자 phman@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를 끝으로 인사청문회 정국이 22일 마무리됐다. 청문회 기간동안 8명의 고위공직 후보자들에게 쏟아진 각종 의혹과 법 위반 사례는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만연한 도덕 불감증을 또 한번 확인시켰다. 선거 때마다 검증을 받는 국회의원과 교수 출신 후보자들이 대다수였지만 위장전입, 세금 탈루 등 청문회 때마다 터져나오는 '단골 의혹'들은 이번에도 어김이 없었다.

22일 청문회를 마친 정 후보자만 해도 이전까지는 학문 연구에만 매진해 온 '선비'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막상 과거를 들춰보니 병역 면제, 위장전입, 논문 중복게재 등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다. 친분이 있는 기업체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용돈을 받고, 미국 국적을 포기하려는 자녀에게 국적 유지를 권하는 등 도덕 관념에서는 사회 지도층이라기보다 그냥 '부유층'의 한 사람이었다.

각종 비리·탈법 쏟아져
여야 '정쟁 수단' 변질
정책 검증 강화 등 절실


법 수호의 최일선에 있는 대법관 후보자, 법무부장관 후보자들의 법 위반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과거에는 제척 사유였던 이런 결점들이 요즘에 와서는 공직 수행에 있어 '결정적 흠결'은 아니라는 식으로 정치권의 기류가 바뀌면서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청문회 때마다 '법을 곧이 곧대로 지키는 사람이 바보'라는 자조감이 커지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공직자 윤리 잣대가 뒤바뀌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상식 선에서 수용 가능한 공직자 도덕 기준을 시급히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으로 정할 수는 없겠지만 관행적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며 "위장전입의 경우,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과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을 참작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번 나오면 예외 없이 '만신창이'가 되는 현재의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청문회가 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함께 능력, 업무수행 적절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임에도 현재는 여야의 정쟁 수단으로 변질된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문회 사후평가제 도입, 외부 전문가를 활용한 정책 검증 강화 등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아무리 흠이 많아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현재의 장관 청문회 제도를 실질화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문회 제도보완과 관련, 김형오 국회의장은 "현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미흡하다"며 "청문회가 정파적 대결 장으로 변하지 않기 위해선 청문절차를 구체화하고 질문 방식도 유형화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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