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고 부촌' 마린시티 '입주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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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마린시티에 입주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해운대아이파크 단지 앞에 줄을 선 이사 차량. 현대산업개발 제공

'이제는 입주 전쟁이다.'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처음 치르는 전쟁은 '청약' 전쟁이다. 청약 경쟁률이 아파트 단지와 해당 평형의 가치를 판단하는 최초 기준이 된다. 그 다음은 '계약' 전쟁이다. 계약률을 통해 분양 당시 이 아파트의 실질 가치가 드러나게 된다. 분양권에 붙는 프리미엄은 이 아파트의 예상 미래 가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은 '입주' 전쟁이다. 아파트 입주는 보통 분양 2, 3년 뒤에 이뤄지는데, 이 간격 동안 주변 시세가 상승하고 분양 당시보다 입주 때 해당 아파트의 가치가 높을 경우 입주는 순조롭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의 실질 가치는 보통 입주 때 판가름나지 않는다. 대부분 입주 이후 입주자들이 내놓은 평가를 바탕으로 실질적 아파트 가치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건설사는 입주 때마다 전쟁을 치르게 된다. 소비자도 확실한 가치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입주 때 건설사와 갈등을 빚는 것이 다반사다. 내년 부동산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권이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한 금리를 올리고 있어 소비자들이 입주를 미루면서 매매를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부산지역 최고 부촌으로 등장한 해운대 마린시티에 지어진 초고층 아파트 두 곳 가운데 '해운대아이파크'는 10월말부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지난 1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이들 아파트는 지난 2008년 분양 당시부터 부산지역 최고가 아파트로 관심을 모았을 뿐 아니라 입주와 함께 해운대구와 수영구 등 인근 지역 아파트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지역 부동산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해운대아이파크' '두산위브더제니스'
각각 10월 말·지난 1일부터 시작
건설사들 입주 독려 위해
기존 주택 처분·관리비 등 지원책 제공
주변 부동산·인테리어업체도 들썩


바닷가와 인접한 해운대아이파크는 최고높이 292m, 최고 72층 1천631가구 규모로, 주거동 3개동과 상업시설 2개동으로 이뤄졌다. 훼손될 수 없는 바다 조망을 갖춘 것이 이 아파트의 최대 장점.

하지만 외관을 고려한 역동적인 설계 탓으로 기존의 사각형이 아닌 삼각형, 오각형을 연상시키는 내부 평면이 낯설다. 입주자들도 이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방안에 들어간 '에어콘 실외기실'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내부 자재. 최고급 아파트 명성과 달리 일반 벽지와 나무 바닥 등으로 마감돼 일부 입주자들이 해운대구청에 준공 승인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내부자재 변경을 요청하며 집회를 갖는 등 건설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이파크 특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입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사는 입주민들에게 '당근'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주택 처분을 알선하고, 전세를 원하는 계약자에게는 임차인을 연결해주는 입주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 가구에게 지하 창고를 제공하고 이사 때 이사도우미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채찍'도 예고하고 있다. 오는 31일 법정 입주 기간이 지나면 입주 지연에 대한 높은 이자를 적용해 입주를 종용할 계획이다.

분양 때 해운대아이파크에 밀렸던 두산위브더제니스(최고 높이 80층·1천788가구)는 입주에선 다소 앞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입주자 사전점검 때 입주자 대부분은 내부와 외부에 만족을 표하고 건설사 직원들에게 떡을 돌리고 감사의 현수막을 거는 이례적인 현상도 벌어졌다.

두산위브더제니스는 미분양분 계약자에 대해 '2년간 관리비 지원', 이달 입주자에 대해서는 중도금 이자 지원 등 파격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또 해운대아파파크에 뒤지는 조망을 각종 편의·안전 시설로 극복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각 층마다 쓰레기 이송설비를 설치해 입주민 편의를 높이고 3층마다 대비 공간을 마련해 최고층 건물이 가장 취약한 화재에 대비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아파트 단지 내에 최고 수준의 조경을 설치해 바다 조망 뿐 아니라 공원 조망까지 갖춘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 아파트 입주를 둘러싸고 내부 인테리어, 블라인드, 단열코팅 업체 등이 또다른 전쟁을 펼치고 있다. 현대아이파크의 경우 이미 '구경하는 집'이 여러 곳 들어서 있다. 이들은 전면이 유리로 설치된 초고층 아파트의 특성 상 블라인드와 단열코팅은 필수 사항임을 선전하고 있다. 인테리어와 각종 시설을 설치할 경우 비용이 고급 아파트 이름에 걸맞게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업체들의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소간의 전쟁도 만만찮다. 싼 가격에 나오는 급매물을 잡기 위해 서로 경쟁을 펼치는가 하면, 특정 평형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면서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공동 작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거래 물량이 적어 특별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이 밝혔다.

부동산리서치 지음 김수엽 대표는 "아직까지 마린시티 내 최고층 아파트의 가치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고 내년 부산 아파트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입주를 둘러싼 건설사와 입주민, 관련 업체들의 전쟁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부 부동산중개소들이 자신들이 매집한 물건에 대해서만 거래를 유도하고 있어 매매와 전세 계약을 맺으려는 소비자는 많은 부동산을 둘러보고, 해당 가구를 반드시 방문해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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