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환상 점프' 속에 숨은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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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열광시킨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연기에는 점프와 도약 모든 단계에 완성도를 높이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연합뉴스


"와! 차원이 다르네." "몸이 어쩜 저렇게 서양 선수들보다 길쭉길쭉하게 예쁠까?" "네, 아주 정확한 점프입니다." "총점도 세계 신기록입니다. 남자 선수의 경기도 아닌데 놀라운 점수죠!"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 연기를 관전하는 국민들의 인상과 심사위원들의 해설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다른 선수들과 뭔가 다르게 아름답다는 느낌과 월등하게 높은 점수. 아름다운 예술성과 정확한 기술성은 과학과 맞닿아 있는 법이다.


달리던 속도 늦추지 않고

충분한 각운동량을 얻어

타이밍 잡아 완벽한 착지

타고난 재능과 연습 필요



김연아의 '필살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중심으로 피겨 스케이팅의 과학을 살펴보자. 준비단계, 도약하는 과정, 공중 자세와 회전, 착지 등 모든 단계에는 점프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먼저 준비단계. 첫 단추는 스피드다.

대부분 선수들은 점프 전에 착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속도를 약간 늦춘다. 반면 김연아는 달려오던 속도를 그대로 살려 점프한다. 연기가 끊기지 않고, 점프에 걸리는 시간이 짧다. 비거리도 늘어나 날아오르면서 회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뉴욕타임스는 "김연아의 점프 비거리는 25피트(약 7.5미터)"라고 보도했다.

경남대 체육교육과 김용운 전임강사의 설명을 따라가보자. 도약하는 과정에는 충분한 각운동량(angular momentum)이 필요하다. 물체의 회전량을 의미하는 각운동량을 얻기 위해 중요한 것의 하나로 "양팔과 오른발을 크게 휘두르는 기술"을 든다. "각운동량은 질량과 선속도, 회전반경에 의해 결정되는데, 양팔과 오른발을 크게 휘둘러 회전반경과 속도를 높이면 빠른 회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중에서도 회전의 속도와 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 때 등장하는 용어가 관성모멘트(moment of inertia, 회전에 저항하는 특성)다.

각운동량은 관성모멘트와 각속도의 곱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데, 질량을 회전축에 가깝게 모아 관성모멘트를 줄이면 회전속도가 증가해 많이 돌 수 있다는 것이다. 김연아가 도약 직후에 펼쳤던 다리를 빨리 몸에 붙이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다. 팔다리를 너무 빨리 모으면 각운동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늦으면 회전수가 줄어든다. 게다가 착지 직전에는 모았던 팔다리를 다시 한 번 펼쳐야 한다. 거꾸로 관성모멘트와 회전속도를 감소시켜야 안정되게 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해보면 점프하는 순간 팔을 벌렸다가 스케이트날이 빙판에서 떨어지는 순간 팔을 몸에 붙이고 3회전을 돈 뒤 착지할 때 다시 팔을 벌려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1초 이내.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을 성공시키려면 반복연습뿐 아니라 타고난 재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티모시 케이블 선수가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은 다른 트리플이 진화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별개의 존재다. 훈련으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고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다"고 말한 이유다.

신체적인 조건도 물론 과학적 원리를 따른다. 키가 너무 크거나 체형이 뚱뚱하면 당연히 점프에 불리하다. 엉덩이와 어깨도 좁아야 한다. 어깨가 넓으면 회전수를 늘리기 어렵다. 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이동건 교수는 "김연아는 최상의 경기력을 위해 필요한 신체적 조건과 효율성(기술), 정신력을 고루 갖춘 선수"라 평했다.

김용운 전임강사는 "백조처럼 우아해보이지만 피겨 스케이팅은 사실 매우 어려운 스포츠 기술이다. 특히 트리플 점프는 동물적인 본능과 감각, 그리고 무수한 반복연습과 각고의 노력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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