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법 통과 의미와 문제점
"자금난 해소" vs "경제력 집중"
22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14년간 유지됐던 금산분리의 빗장이 풀리게 됐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여유자금을 끌어들여 은행 자본을 늘리면 국내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 재계도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이 삼성그룹에 특혜를 주기 위한 법안이라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산업자본, 은행지분 소유한도 4→9%로 완화
현대·롯데 등 "별 영향 없을 것" 일단 관망
시민단체 "사실상 삼성그룹 특혜법" 비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융합 본격화=이번 법안 통과로 산업자본은 오는 10월부터 은행의 지분을 9%까지 직접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오는 12월부터는 은행을 제외한 증권 또는 보험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게 된다. 이는 금융 계열사와 제조업 계열사가 뒤얽혀 있는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투명화하고 지주회사를 대형화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법 개정으로 금융지주회사에서 자회사간의 임직원 겸직이 가능해지고 업무 위탁 범위가 확대된다. 해외에 진출할 때 지주회사 소속 자회사 등의 공동 출자, 손자회사의 해외 증손회사 지배도 허용된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출자한도(자기자본의 100%) 역시 없어진다.
정부는 산업자본이 자본 확충이 필요한 은행 증자에 참여하면 '은행의 대출 여력 확대→기업의 투자·생산·고용 확대→경기 회복'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향후 우리금융지주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민영화 때 다양한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고 외환위기 때 해외에 국내 은행을 넘긴 전례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재계는 일제히 '환영'=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와 재계는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전경련 황인학 산업본부장은 "은행의 대출 여력이 확대되면 기업들이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고 기업의 금융 활용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적절한 법 개정"이라고 논평했다.
이번 법안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삼성그룹은 특혜 논란을 해소하는데 주력하는 모습. 삼성그룹 관계자는 "법 개정으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1대 주주가 될 수 없다"며 "오히려 지분을 떨어뜨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법안 통과가 그룹이 추진 중인 사업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러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롯데그룹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은행업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추측에 대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향후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작용 우려 목소리 높아=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금융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우리나라가 오히려 규제를 푸는 것은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법 개정이 삼성그룹에 일방적인 특혜를 준다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금융지주회사법을 '삼성특혜법'이라고 규정하며 "법 개정으로 인해 가장 큰 특혜를 보는 업체가 삼성그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법 개정으로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등과 삼성전자 등을 모두 포함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3대째 승계도 합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비난했다. 이정희·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