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U]김은영 멀티뉴스팀장이 만난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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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인물에 많이 놀랐죠? 사실 저도 마찬가집니다"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 신임 감독의 꿈은 원대했다. 당장은 우승이 목표지만 언젠가 자기가 떠나더라도 롯데라는 팀을 강하게 잘 만들어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전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양승호가 누구야?" 불과 보름 전만 해도 부산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달 21일 오후 제리 로이스터 감독 후임으로 양승호(50) 고려대 감독을 '깜짝 발표'한 뒤 양 감독의 휴대전화는 그야말로 불이 났다. 그날 오후 찍힌 '부재중' 전화만 1천380여 통. 다음 날 오전에도 800여 통이 더 걸려왔다. 그동안 그와 인연을 맺었던 선후배 및 제자 외에도 언론 등에서 그에게 보인 관심이었다. 이제는 웬만한 부산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쯤은 왼다. 그런 것치고는 그의 이력이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선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양 감독의 말처럼 선수 생활이 별로 화려하지 않아서일까. 결국은 현역 선수 생활을 접게 만든 부상 때문에 재활의 시간 1년을 보낸 걸 제외하면 중3 때 늦깎이 '야구 신동'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야구인의 길에선 벗어난 적이 없었다는 그를 '토요스페셜'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4일 경남 김해시 롯데자이언츠 상동야구장에서 이뤄졌다. 





구단 제의 받고 깜짝 놀랐지만
자신감 있었기에 속전속결 계약

오직 이기기만을 위한 야구 지양
좋은 팀 만들었다는 평가 받았으면



-전격적인 감독 선임 통보가 이뤄졌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어땠습니까.

△깜짝 놀랐습니다. 오전 11시에 전화 와서 오후 1시 30분께 구단 사장님과 단장님 뵈면서 전격적인 합의를 보고, 다음날 사인하고 기자회견을 했으니까요. 하루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감독 취임 후 느끼는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요.

△식당에를 가더라도 부산 팬들은 정말 반겨줍니다. 이런 변화야말로 부산에서만 있는 게 아닐까요? 서울팀에도 오래 있었지만 서울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운동장 가서 유니폼 입었을 때나 알아보는 정도지만 여기선 사복 입은 모습만 봐도 "양승호 감독 지나간다, 지나간다" 그러더라고요.

-서울 출생인데 왜, 전남 연고설이 나도는가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께서 전남 진도에서 사신 적은 있어요. 듣기로는,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것도 그 연고가 아니었냐고 하던데 전라도에서 출생했느니, 학교를 다녔느니 하는 건 사실무근입니다.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3년 생활한 게 전라도 생활의 전부입니다.

-고교 야구 명문 서울 신일고 창단 멤버였다죠.

△1975년 서울 신일중에 야구부가 만들어지면서 늦깎이로 야구를 시작했고, 1976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신일고 야구부도 창단됐습니다. 그런데 창단 첫해 우승까지 한 거죠. 창단 첫해 우승은 정말 드문 일입니다.

-고려대 선수 시절은 어땠나요.

△2학년 때인 1980년은 우리나라가 격변기여서 휴교령이 내려져 운동을 못하기도 했고, 교통사고를 당해 운동을 중단합니다. 그러다가 4학년이 되던 해인 1982년 국내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다시 한 번 도전을 한 게 취업반으로 실업팀(상업은행)에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상업은행에서 1년, 그 뒤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합니다.

-해태 타이거즈에서 OB(현 두산)로 맞트레이드 되는 기록이 있던데요.

△최악의 트레이드였죠. 한대화 선수와 2 대 1 맞트레이드로 OB로 이적했지요. 한대화(현 한화 이글스 감독)는 동기인데 옮겨간 해태에서 팀 연승을 주도한 반면 저는 그해 플레이오프 대구 삼성전에서 큰 부상을 입고 결국 은퇴합니다.

-부상으로 결국 현역 생활을 접은 거네요. 현장 복귀는 OB 운영팀의 원정기록 요원인가요?

△1986년 부상을 입고 1년간 재활을 했지만 운동선수로서 가능성이 없다는 최종 판단이 나와서 그만두고, 우연찮게 신일중·고교 야구부를 가르쳤어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의 꿈을 가지게 되었고요. 그래서 1990년 학교의 좋은 조건을 뿌리치고 OB의 원정기록, 스카우트로 일하게 된 거죠. 원정기록을 하면서 상대팀 전력 분석을 했는데 그것이 야구인생을 사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원정기록은 1년, 스카우트 2년, 그리고 1994년 10월 정식 코치 데뷔를 했습니다.

-이제 롯데 자이언츠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프런트 생활을 거친 국내 유일의 프로야구 1군 감독이 되셨는데. 소감은.

△이전에도 감독 제의는 받았어도 제가 준비가 안돼 고사했습니다. 이번에 흔쾌히 수락한 것은 팀이 굉장히 매력 있고, 팬들이 정말 야구를 많이 사랑하는, 그런 팀에선 어느 누구라도 감독을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여태껏 선수들과 항상 즐겁게, 편안하게 팀을 운영하려고 했습니다. 지금 바깥에서 롯데 선수들이 개성이 강하다고 하는데 감독 입장에선 되레 잡기 쉬워요. 감독 입장에서 룰을 정해놓고 이 룰에서 벗어나면 안 쓰면 되는 거잖아요. 그게 감독의 고유 권한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선수들도 열심히 하면서 룰을 따라오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화끈한 스몰볼 야구, 빅볼에 스몰볼을 접목하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적시적소에 정말 1점 승부가 필요할 땐 번트도 대서 이겨야 하지만 단지 이기기 위해서 초반부터 짜내기만 하면 팬들이 속상해 하거든요. 그런 야구는 지향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팬들에게 보여주는 공격야구를 하면서도 정말 승부처가 여기다 싶을 때는 과감하게 상대편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사인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제리 감독이 해 왔던 부분 중에 잘된 점도 있고 안 된 부분도 있는 만큼 우리 선수들한테는 그동안 몰랐던 게 아니라 안 했던 부분을 시키고 있습니다.

-아참, 고려대 야구부에선 기합과 체벌이 일절 없었다면서요.

△고려대 재학 시절 하루에 기본 10대씩은 맞았어요. 고려대 감독을 하면서는 때리는 선수는 운동 안 시키고, 두 번을 때리면 나도 그만두겠다고 선수들 앞에 공언했지요. 개인적으론 제가 부상을 당해 스물아홉부터 지도자 생활을 했는데 지금까지 손찌검 한 번 안 해 봤어요. 지도자라는 것은 지금 세대 선수들에게 맞춰 들어가야 합니다. 내가 선수들 속으로 들어가야만 선수들이 나를 따르지, '나를 따르라'해서 따르는 선수들은 없어요.

-이대호 선수는 1루 수비로 보낼 건가요?

△그럼요. 홍성흔 선수를 연습시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퍼스트를 이대호 선수한테 다 맡기는 것도 부담스럽거든요. 한 시즌 동안 133게임을 하면서 체력 안배는 정말 중요합니다. 한두 게임을 하고 끝내는 것도 아니고 초봄에 시작해서 가을에 야구가 끝나는데, 그렇게 해야만 팀, 선수들이 가을에 더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가을야구에 좀더 신경을 쓰는 셈인가요? 선수들에겐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하는 것이고요.

△게임을 많이 하다 보면 선수들은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합니다. 한 명이 부상을 당했을 때 백업 요원이 약한 팀은 결국 우승을 못해요. 백업 요원이 강한 팀이 결국은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기본입니다. 지금 수비에 치중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관심이 많은 마무리 투수 문제는 봄 캠프 때나 윤곽이 드러날 거고, 새 용병도 찾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롯데에 입히고 싶은 양승호만의 색깔이 있다면요.

△프로감독 첫째 목표는 우승입니다. 두 번째는 제가 없더라도 팀이 잘 가게끔 만들어 주는 역할일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몇 년 간 감독생활을 할 지 모르겠지만 롯데라는 팀은 영원하잖아요. 그 영원한 팀을 강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그 사람은 떠났지만 팀은 잘 만들어놓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제가 야구인으로서 살면서 조금이나마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요? key66@busan.com

기사 전문=부산닷컴 '붐' 블로그 (http://blog.busan.com/blog.my.main.ui?owner=rosemary)

영상=김상훈 VJ
동영상 busan.com


양승호 감독은


△1960년 1월 10일 서울 출생

△178cm. 87kg

△서울 우이초등-신일중-신일고-고려대 졸업

△1982년 상업은행 실업팀 입단

△1983년 해태 타이거즈 입단으로 프로 데뷔

△1986년 한대화(현 한화 이글스 감독)와 2 대 1

맞트레이드로 OB베어스 이적

△1990년 OB 운영팀 원정기록 및 스카우트

△1994년 10월 OB 2군 수비코치로 프로 코치 데뷔.

이후 1군 수비코치, 수석코치 활약

△2005년 12월 LG 트윈스 수석코치로 이적

△2006년 6월 6일~10월 2일 LG 감독대행

△2007년 1월 1일~2010년 10월 31일 고려대 감독

△2010년 11월 1일~ 롯데 자이언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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