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봉들이 해냈다 히말라야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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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 네팔에 자선병원 준공

해발 3,440m 고지인 네팔 남체 바자르 마을에서 임시 진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상 가장 낮은 히말라야 원정대' 모습. 남체 바자르·체풀룽=김은영 기자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간 오지 마을인 네팔 체풀룽(Chheplung·2,660m)에 한국 최초의 자선병원 '토토 하얀병원'이 완공돼 14일 오후 1시 준공식을 가졌다.

이번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이들은 부산의 ㈔아름다운 사람들(대표 권경업)이 중심이 된 '세상 가장 낮은 히말라야 원정대'. 15명의 원정대원들 면면을 보더라도 자영업자에 주부, 전기 배관 철골 등의 기술을 가진 일반인이 대부분. 여기에 만화가 허영만과 개그맨 전유성 등이 동참했고, 스포츠토토·블랙야크·부민병원·(재)협성문화재단 등에서 물심양면으로 힘을 보탰다. 병원 건립에만 미화로 약 25만 달러가 들어갔다. 생업을 포기하고 현지까지 날아가 노력봉사를 펼친 대원들의 일당은 하나도 계산하지 않았다.

'세계의 지붕' 해발 2,660m 고지 마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나눔의 꽃
줄이은 후원… 수력 발전소도 추진

■멀고도 먼, 부산에서 체풀룽


이번 준공식 원정대에는 단장인 권경업 시인을 비롯해 이명식 대장, 심재호 부대장, 이상일 대원, 전유성 씨, 이은결 마술사에다 부민병원 정흥태 원장 등 5명의 의료진이 동참했다. 지난 3일 부산을 출발한 1차 선발대가 인천·방콕국제공항을 거쳐 카트만두 도착, 그리고 다시 16인승 소형비행기를 갈아타고 산중요새 같은 루크라공항(2,840m)에서 내려서 1시간 가까운 산길을 걸어서 17가구가 모여사는 체풀룽에 도착하고 보니 사흘이 훌쩍 지났다. 넓이로는 경상도쯤 되지만 약국 하나 없는 곳이다. 우연히 병원 앞을 지나던 생면부지의 외국인조차 건립 취지를 담은 동판을 보고 "원더풀~"을 외쳤다.

■전력난 타개 위해 발전소 추진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대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한동안 병원을 비웠더니 전력이 방전됐다. 현지 직원 싼티 씨가 말했다. "비가 새는 곳이 있어요. 발전기도 문제가 있고요." 다른 시설과 달리 병원의 전력 공급은 안정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원정대는 초소수력발전소 프로젝트도 진행키로 했다. 마을 인근 두드코시 강물의 낙차를 이용한다면 30㎾ 용량 정도는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정도면 병원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도 나눠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네팔 최대의 축제인 '다사인'과 겹치면서 현지 업체 접촉이 모두 무산됐다.

어쨌든 발전소 문제는 내년 봄까지는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게다가 우선 사용할 전력 확보를 위해 부산에서 부친 태양열전지판은 통관 및 운송 문제가 겹쳐 병원 준공식 코앞에야 배달돼 왔다. 그나마 이번 선발대에 합류한 부민병원 검진과 김창석 과장과 박경미 수간호사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1년 전 한국에서 컨테이너로 실어보낸 의료장비와 의약품을 비로소 상자에서 꺼내 제 위치를 찾아주는 등 전문지식을 십분 발휘한 것. 개중에는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사용빈도가 떨어지는 의료기기도 다소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비의료인의 병원 건립 추진이라는 게 이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 갑자기 떠난 '트레킹 진료'

발전소 관련 업무 진행이 잠정 중단되면서 의료진 등 일행은 다른 고산지대 마을로 원정 진료를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셰르파들의 고향인 남체 바자르(Namche Bazar·3,440m). 사실 체풀룽에서 남체까지는, 거리보다는 2,600m대에서 3,000m 중반대로 높아지는 고도가 관건이어서 일반인으로선 결정이 쉽지 않았다. 결국 체풀룽~남체 중간 지점인 몬조(Monjo·2,835m)에서 1박을 하면서 고소 적응을 한 뒤 남체에 도착했지만 진료는 30분도 하지 못하고 해가 지고 말았다. 그래도 남체에 묵던 날, 뜨거운 찻물에 화상을 입은 응급 유아환자가 발생해 의료진 도움을 입었다. 의료시설이 열악한 히말라야 사람들에게 병원은 이처럼 새로운 희망이었다.

■다시 돌아온 체풀룽, 그리고 준공식

이명식 대장 등 기술진은 그동안 병원을 지키며 준공식 준비를 마무리했다. 특히 직접 회로를 설계한 무동력 전원 시스템 테스트를 마쳤다. 30평짜리 단층 건물이지만 엑스선, 심전도 등의 의료장비를 갖춘 병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획기적인 설비였다.

이 대장이 준공 소감을 들려준다. "히말라야에 와서 배운 게 있다면 돌려주는 것이다. 이젠 봉사보다는 어쨌든 시작한 일이니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책임감뿐이다." 권 시인도 덧붙였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 최강의 산악국가로서 히말라야를 통해 많은 영광을 누렸다. 그들의 영광 뒤에는 네팔 사람들의 땀과 희생이 들어있다. 이제는 우리가 보답할 차례다. 한국, 네팔 양국의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의료진 확보도 빠른 시일 내 마무리 짓겠다."

체풀룽·남체 바자르/네팔=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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