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학원, 외국인 강사 소득세·연금 등 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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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납부했던 세금 어디로?

뉴질랜드인 A(33·여) 씨는 E2 비자(회화지도) 취득 후 경남 김해시의 모 어학원과 1년 동안 근로계약을 맺고 영어를 가르쳤다. 학원 측은 매달 근로소득세 명목으로 5만 원을 A 씨의 월급에서 공제했고 A 씨는 학원 측이 세금을 대리납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계약이 끝나 귀국을 준비할 무렵 A 씨는 세무서로부터 지난 1년 동안 근소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학원 업주가 세무서에 A 씨의 소득신고를 고의로 누락해 자신이 낸 세금을 삼킨 것이다. 귀국길이 막혀 버린 A 씨는 친구로부터 급히 돈을 빌려 체납 세금 60만 원을 내고서야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계약상 명시된 퇴직금·항공료 지급 거부
영어강사협, '권리 보장' 입법 청원 운동


■ 도둑맞은 연금과 퇴직금

미국인 B(34) 씨는 연금과 퇴직금을 도둑맞았다. B 씨 또한 부산의 모 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1년 동안 일한 뒤 연금을 받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에 문의했지만 B 씨와 학원이 12개월 동안 매달 납부한 연금이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원 측이 공단에 취득신고를 고의로 누락한 것이다. 게다가 학원 측은 계약상 명시돼 있던 퇴직금과 항공료도 B 씨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최근 한국영어강사협회(ATEK)는 E2 비자를 받은 외국인이 입국할 경우 해당 외국인의 정보가 자동으로 국세청, 국민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되는 입법청원 운동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학원으로부터 외국인 강사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몫을 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 데 따른 자구책이다.

실제 부산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부산 지역에서 악덕 학원으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외국인들의 민원 접수만 20건을 넘어서고 있다.

유형별로 보면 학원과 외국인 강사가 반반씩 부담한 연금보험료와 건강보험료를 학원 측이 납부하지 않아 귀국 때 빈손으로 돌아가거나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또 학원 측이 고의적으로 근로소득 신고를 누락하거나 계약상 명시된 퇴직금·항공료 지급을 거부하는 것 등도 사례로 꼽혔다. 이들은 외국인 강사가 항의하더라도 귀국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어 결국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ATEK 측은 밝혔다.

ATEK은 외국인 강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E2 비자를 가진 외국인 개인과 직장에 대한 정보를 국세청과 국민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달해 이들이 자동적으로 보험료, 근소세 납부 대상자로 등록되도록 하는 법적 제도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레고리 돌레잘 ATEK 사무국장은 "외국인 강사의 근로소득 신고 누락은 결국 세금포탈 행위이기 때문에 한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며 "한국의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악덕 학원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입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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