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사각지대' 여관·모텔 종사자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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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여타 직종 종사자의 배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실질적인 최저임금이나 별도의 휴식 시간도 보장받지 못하는 등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 당국의 관리, 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진보신당·희망연대노조 조사
주 84시간 근무에 최저 임금
구두계약 고용 4대 보험 제외



진보신당과 희망연대노조는 여관이나 모텔에서 프런트 접수 업무를 하거나 객실 청소, 시트 교환 등을 하는 숙박업 노동자 135명을 대상으로 노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많게는 주당 86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기본 근로시간(주당 40시간)의 2배가 넘는다.

이들의 75.6%는 24시간 격일제 근무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반면 응답자의 39.0%가 근무 시간 중 별도의 휴식 시간이 없다고 답했고, 비번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휴일이 없다는 응답도 61.0%에 달했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수면 부족으로 인한 만성 피로와 두통, 불규칙한 식사에 따른 위궤양 등 만성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5명 중 1명은 지난 한 해 동안 객실 청소, 시트 교환 등 업무 과정에서 다치거나 질병을 앓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임금은 별도 수당까지 합할 경우 월 평균 180만원 수준이지만 여타 직종 종사자들의 배에 달하는 근무 시간과 잦은 연장·야간 근무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업주와 서면 계약 체결 없이 구두 계약 형식으로 고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4대 보험을 비롯한 법정 복리후생 혜택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처럼 숙박업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보호권 밖으로 벗어나 있는 것은 숙박업체들의 영세한 재무 구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대표적 서민 창업 업종인 음식업·숙박업의 3년 생존율은 43.3%로 새로 개업한 숙박업소 중 절반이 3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만다.

국내 숙박업 종사자는 모두 15만여명으로 이중 여관과 모텔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6만2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관광·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부산지역의 경우 숙박업 종사자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숙박업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파악과 함께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노동법 위반 사안들에 대한 정부 당국의 관리 감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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