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내는 소리는 인간 본연의 소통 도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내 첫 '드럼캠프' 여는 강열우 부산예술대 교수

원초적 교감, 북소리 텔레파시를 즐기는 1박2일.

드럼을 두드리며 서로의 정서를 나누는 '드럼캠프'가 오는 22∼23일 이틀 동안 부산 금련산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다. 국내 첫 드럼캠프 이식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는 강열우(52) 부산예술대 이벤트연출과 교수. 그는 이를 위해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드럼서클'(Drum Circle) 행사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일본 전역에서 찾아온 드럼서클 지지자들이 2박3일 동안 다양한 북을 치며 원초적인 교감을 나누는 행사였습니다. 스스로 만들어낸 북소리 속에서 구체적인 언어가 아닌 고차원의 감성을 서로 나눌 수 있었죠. 특히 자기 내부에 깊이 갇힌 또 다른 자아와의 대화를 끌어내는 경험은 특별했습니다."

드럼캠프는 10여 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자기 감정 조절 및 음악 치료법의 하나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이메일 등 첨단 소통기기로 인해 사람들 간의 직접 대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병리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레크리에이션 치료 전문가들이 개발했다.

"현대인의 가장 큰 병이 소통 부재입니다. 마음에 빗장을 너무 오래 걸어둔 것이죠." 우울증도 그런 병리현상의 하나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런 까닭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일본에서 특히 이 드럼캠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5년 전부터 시작된 일본에서는 DCFA(드럼서클 퍼실리테이터협회)라는 전국 단체까지 이미 결성된 상태다.

그런데 왜 하필 드럼일까? "엄마 배 속에서 아기가 가장 먼저 듣는 것이 엄마의 심장 소리입니다. 두드려 내는 소리는 그런 점에서 가장 원시적이며 인간과 자연 본연의 소통 도구죠." 이번 캠프에는 콩가, 젬베, 봉고, 특수악기(차임벨, 호루라기) 등이 준비됐다.

캠프라고 하지만 특별한 의식이나 절차는 없다. 강 교수가 조력자로서 아무 데나 자리를 잡으면 참가자들은 큰 원을 그리며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타악기 앞에 앉는 것으로 캠프가 시작된다. 악기를 다루는 사전 교육도 없다. 누구든지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시나브로 다른 사람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강 교수는 답했다. 차임벨과 같은 특수 악기를 이용해 개구리 울음이나 바람 소리 등을 내기도 하는데, 이때는 모든 참가자가 명상에 잠기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 참가자 개개인의 의욕과 능력을 끌어내는 조력자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도 비슷한 것으로 강 교수도 그런 역할을 자임한다.

드럼캠프는 큰 소문 없이 추진됐지만 벌써 20여 명이 참가를 신청했다. "첫 행사라서 50명으로 한정할 생각인데, 특수학교 교사, 갱년기 주부, 심지어 초등학생도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다운증후군 아동, 치매 노인 등 언어 능력의 한계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 협력 프로그램도 따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 010-5587-7992.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