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원어민 영어 교사 신종마약 투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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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근무하는 중학교 원어민 영어 교사가 신종 마약을 몰래 들여와 투약하다 검찰에 적발, 구속 기소된 사실이 확인돼 당국의 신종마약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신종 마약 'JWH-018'이 부산권에서 적발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생활하는 원어민 교사 관리에 큰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성진)는 지난 13일 신종마약 'JWH-018'을 우편으로 들여와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부산 북구 모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영어 교사 R(26)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부산 첫 적발… 구속
국제우편 이용해 구입
원어민 강사 수사 확대


완제품의 경우 일명 '스컹크' 또는 '스파이스'라고도 불리는 'JWH-018'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 7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새로 지정한 백색분말 형태의 금지 약물로, 최근 국내 원어민 강사와 주한미군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지난 2008년 입국해 그해 9월부터 중학교 영어교사로 일해 온 R씨는 지난 5월 부산 북구 자신의 집에서 신종마약을 판매하는 인터넷 P사이트에서 주문해 우편으로 받은 신종마약 분말 1g을 담배파이프로 한 차례 흡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R씨는 이어 지난 6월 초 같은 사이트에서 200달러를 주고 JWH-018 28g을 주문한 뒤 이를 국제우편을 통해 들여오는 과정에서 검찰에 적발됐다.

R씨는 직접 신종마약이 든 우편물을 찾으러 태연히 우체국까지 왔다가 검찰에 덜미를 잡혔고, 지난달 26일 구속돼 조사를 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R씨가 마약을 투약한 상태에서 학교 수업을 진행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R씨가 조사 과정에서 "다른 외국인 학원 강사들과 마약을 같이 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들을 상대로 투약여부를 확인하는 등 부산지역 원어민 강사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JWH-018은 히로뽕보다 중독성이 더 강한 신종마약으로 국내에 퍼질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부산에서 JWH-018이 적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 수도권이 아닌 부산권에서 그것도 학교의 정식 원어민 교사가 신종마약을 투약한 것이어서 다른 원어민 교사나 학원 강사들 가운데 공범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종마약 투약 혐의로 원어민 교사가 구속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교사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부산지역 학교의 원어민 교사들은 거의 모두를 국립국제교육원의 학력 증명, 범죄 경력 조회 등의 검증 절차를 통해 선발했기 때문에 채용과정에서 부적격 사유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원어민 교사들에 대한 연수, 국내 문화 체험 확대, 강의 평가를 통한 보수 연계 등을 통해 사후 관리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원어민 영어 교사의 자질 시비가 끊어지지 않는 이유는 최근 수년간 원어민 교사의 채용이 급격히 늘어난 데 비해 적절한 자격과 자질을 갖춘 우수 교사의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세익·박태우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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