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 목표 '우주 제일의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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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1동주민자치센터 8급 공무원 한성호 씨


부산 남구 대연1동주민자치센터의 한성호(27·사진) 씨는 지난 2007년 11월에 임용된 행정 8급 공무원이다. 그의 목표는 '우주 제일의 공무원'. 재기 발랄한 목표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우주 제일'이 되는 방법이란다.

그의 친절에 감동 받은 주민들이 정부 게시판에 연달아 글을 올렸다. 개인 휴대 전화까지 빌려 주며 도와줘서 감동 받았다, 퇴근시간 때문에 급한 서류를 처리할 수 없었는데 저녁 9시가 다 되도록 센터에서 기다려줘서 일을 무사히 마쳤다는 사연 등이었다.

친절 행정에 민원인들 감동

정부게시판 칭찬 사연 줄줄이

어려운 일 생긴 주민들 돕기도


최근에 올라온 장문의 칭찬은 외국에 거주하는 민원인이 자신 대신 상을 주십사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한 씨 덕분에 복잡한 업무룰 잘 처리하고 출국하려던 찰나 한 씨가 위독한 노모의 상황을 전해 모친상을 한국에서 치를 수 있었다고 했다. 사망 관련 업무도 신속하게 처리해줘 출국 일정에도 차질이 없었다며 칭찬으로나마 '은혜'를 갚고 싶다고 전했다.

한 씨는 이런 칭찬이 마냥 쑥스럽기만 하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고, 20년 전에 경북 영천으로 귀농하신 부모님을 주말마다 찾아봬서인지 서로 챙겨주는 시골 인심을 좋아해요. 제가 일하는 곳에도 이런 인심을 나눴으면 합니다."

주민과 친해지다 보니 동네에 무슨 일만 생기면 나타나는 '한 반장' 역할을 할 때도 있다. 퇴근 길에 항상 만나는 난전의 할머니가 하루는 한 씨에게 조카가 집을 빼앗으려 한다며 의논해 왔다. 며칠 뒤 조카가 할머니에게 위임 받았다며 막무가내로 명의를 이전하려 했지만 한 씨 덕분에 막을 수 있었다.

동료들도 한 씨 덕분에 감동받는 일이 잦아졌다. 옆 자리의 사회복지담당자인 정혜옥(34·여) 씨는 "성호 씨가 거주 확인을 위해 주민들 집을 방문했다가 사연이 딱한 경우 도와줄 방법을 문의하신 적이 많아요. 자기 일처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너무 예뻐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들어 호의를 베푸는 것이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알코올 중독으로 동네에서 소란을 피우는 아저씨에게 재활 프로그램을 알려주었어요. 새롭게 사시도록 도와주고 싶었죠. 하지만 그 분이 술만 취하면 어린 조카들이 있는 저희 집 문을 두드리며 행패를 부리셨어요. 제가 잘한 일 맞나 회의가 들었죠." 그래도 이런 것이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 같다며 넉살 좋은 웃음을 짓는다.

그는 공무원이 되기 전 학사 장교로 전북 익산 7공수 특전단서 근무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다보니 '식구'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됐단다.

"저한테는 주위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도울 일 있으면 돕고, 마치 가족처럼 식사 같이 하는 것이 사람 사는 재미 같아요." 그의 친절에 구수한 냄새가 나는 이유를 알 듯했다.

글·사진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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