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신 우리도 될 수 있다] 용인고 2학년 김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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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집 한 권 10번 독학 수학 왕 됐어요"

수학 38점에서 만점 신화를 이룬 김지범 군은 "수학도 암기 과목"이라며 "제대로 알 때까지 반복해서 풀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현 기자 view@

'공부 대신 딴 길을 찾는 게 낫겠다.'

고교 1학년 첫 모의고사 수학 점수 38점. '나는 안되겠다' 절망하던 김지범(용인고 2년) 군은 한때 이런 생각을 했다.

제과점을 지날 때면 '빵집을 열까' 싶기도 하고 다음날엔 '미용 기술을 배워보면 어떨까' 고민하기도 했다. 집 근처 온천천에 나가서 펑펑 운 날도 있었다.

하지만 운다고 수학 문제의 해법이 보일 리 없었다. 수학 수업 시간엔 특히 선생님 말씀을 열심히 들었지만 그때뿐, 돌아서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도통 알 수 없었다. 1학년 내내 성적은 전교 200등 근처를 맴돌았다.

38점에서 만점으로 …
200등에서 전교 1등으로 …

# 뜻을 세우고 마음을 다잡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김 군은 중학교 때 한 달 정도 학원 종합반을 다닌 걸 제외하면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고교 입학을 앞둔 중3 겨울방학. 다른 친구들이 모두 선행 학습에 매달리던 그때도 '고등학생이 될 준비를 해야지' 생각만 했지 실천은 하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비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TV를 보다 보니 어느새 겨울방학이 훌쩍 지나 버렸다. 수학은 1단원 집합 부분만 겨우 보고 입학을 했다.

수업을 따라 가기가 벅찼다. 중학교와 확연히 달라진 고교 과정은 엄청 높아진 벽이어서 한숨만 났다.

어영부영 1학년 여름방학을 맞았다. 아버지가 몸져 누우시면서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절박한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남들이 나를 보고 꿈을 꿀 수 있도록 일가를 이룬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도 이 무렵이었다.

당시 읽었던 '인간 경영 리더쉽'이란 책이 김 군을 꿈꾸게 했다. '나는 경영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대기업 CEO가 돼 경영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CEO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매력적인 직업"이란 생각도 했다. 드디어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 문제집 한 권으로 '수학 왕'이 되다

일단 도통 알 수 없는 수학부터 파고 들기로 했다. 수학교과서로 개념 잡기부터 시작했다. 워낙 기초가 없어 개념 잡기도 쉽지 않았다.

학교 수학 선생님을 쉴 새 없이 찾아가 질문을 해댔다. '고1 수학에서도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은데 언제 고2 수학을 하나'. 수1이 오를 수 없는 산 처럼 느껴졌다. 수1을 정복하기 위해 문제집 한 권을 샀다. 신사고 '쎈수학' 수1 상. 이 안에 있는 모든 문제를 막힘없이 풀 때까지 공부하리라 결심했다.

'일단 아는 것부터 풀어보자'고 시작했지만 아는 문제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개념이 서지 않는 단원은 중학교 수학을 다시 보면서 기초를 다졌다. 문제집을 두 번째 볼 때부터는 해설집의 풀이 과정을 10번씩 써가며 아예 통째로 외워 버렸다. 세 번째 풀기에 들어갔지만 틀린 문제를 또 틀려 정답률은 7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네 번, 다섯 번 반복 풀이 횟수를 더할 때마다 외운 풀이과정 대신 또 다른 풀이법은 없나 연구를 하게 됐다.

6개월 동안 오로지 수학 공부에만 매달렸다. 겨울방학 때도 하루 5시간 학교 보충수업을 빼고 혼자서 10시간 이상 수학 공부에 올인했다.

수학 선생님이 든든한 멘토가 돼 주셨다. 선생님은 김 군의 쏟아지는 질문에 때로는 점심시간을 통째로 날리면서도 친절히 답해 주셨다. 그렇게 1천200여개의 문제가 있는 문제집을 열 번이나 반복해 풀었다.

"이제는 어떤 유형의 문제도 다 풀 수 있겠다." 자신감이 차 올랐다. 실제로 대부분의 문제들은 문제집에서 반복해서 풀었던 문제의 유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학년 6월 모의고사에선 전교에서 유일하게 수학 100점을 맞는 기록을 세웠다.

수학 성적이 오르니 다른 과목 성적도 덩달아 뛰어 올랐다. 언어, 외국어 영역은 수업 시간에 열심히 듣고 복습을 철저히 했더니 모두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2학년이 되면서 치른 중간, 기말고사, 모의고사에서 연속 전교 1등을 차지했다.

#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김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삼국지를 수십 번 읽었을 만큼 책 읽기를 좋아했다. 대입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 요즘도 하루 30분 이상 꼭 책을 읽는다.그는 이제 '세상이 불공평하다 할지라도 공부의 결과만큼은 정직하다'고 굳게 믿게 됐다.

다이어리에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글을 써 두었다. 뜻을 두고 발자국을 내딛으면 없던 길도 열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대기업 CEO가 되는 그날까지 꾸준히 길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강승아 기자 se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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