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창'에 가로막힌 '정보화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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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장애인들이 인터넷에서 차별 받지 않도록 '웹 접근성 지침'을 내렸지만 부산지역 공공기관들의 웹 사이트는 여전히 팝업창 등을 사용해 각종 홍보 활동을 전개, '장애인의 눈을 가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해 당분간 이런 불편이 지속될 전망이다.

부산 공공기관 홈페이지 팝업창 홍보 여전
장애인 인터넷 사용 '웹 접근성 지침' 무색


부산 A구 홈페이지는 각종 축제 안내 및 신종플루 비상연락망, 희망근로상품권 가맹점 안내 등의 팝업창을 띄워 놓았다. 일반인도 불편해 할 정도이다.

부산 B구의 한 주민자치센터 홈페이지는 행정안전부 국민 아이디어 공모전, 주민자치 프로그램, 태극기 달기운동 등의 팝업창을 올려놓았다. 이 팝업창의 경우 텍스트에 대한 별다른 구두 설명이 없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에게는 아무런 내용이 없는 창들이 떠있는 셈이 된다. 따라서 웹 사이트를 이용할 때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부 경찰서 웹 사이트도 팝업창으로 학교폭력 집중단속 기간 등을 알리고 있다. 특히 플래시를 활용한 메뉴가 많아 시각장애인이 접속해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면 상당시간을 헤맬 수밖에 없다.

시각장애인 조모(34·부산 북구 구포동)씨는 "얼마 전에 구입한 스크린 리더기를 사용해 몇 군데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방문했지만 팝업창과 플래시 화면 탓에 수십 분 동안 헤매다 포기하고 말았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웹 사이트에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웹 접근성 준수 실태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웹 접근성을 평가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웹접근성연구소에 따르면 13일 현재 공공기관에서 '웹 접근성 품질 마크'를 인증받은 곳은 전국에서 모두 100여 곳인데, 부산지역은 부산시와 강서구 두 곳만이 인증마크를 받았다. 민간단체인 장애인인권포럼 웹와치사업단의 'Wa'마크를 받은 곳은 부산지역에서 한곳도 없다.

장애인인권포럼 관계자는 "웹 접근성 지침의 취지는 장애인도 일반인처럼 평등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배려한다는 것이지만 상당수 공공기관 웹 사이트는 시각효과, 디자인만을 앞세워 운영한다"며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지침을 지키지 않다 보니 민간기업은 웹 접근성 부분에서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장애인이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접근할 때 장애 때문에 제한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차별행위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1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 4월부터 공공기관의 웹사이트에서 장애인들도 일반인과 동일하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 지침'이 의무적으로 시행됐다. 위반하면 법무부 등의 시정명령과 함께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웹 접근성 지침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들이 자활보조 기기인 '스크린 리더' 등으로 웹 사이트의 정보를 소리로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미지로 만든 팝업창이나 플래시 사용은 엄격히 제한된다. 사용할 경우 팝업창에 '텍스트'를 덧붙여야 한다. 동영상은 자막을 제공해 청각장애인들이 문자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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