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시티 부산] 도심 폐가, 쌈지공원·주차장으로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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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아미동 한 폐가(사진)가 부산시의 폐·공가 정비사업 일환으로 철거된 뒤 소공원으로 바뀐 모습.


19일 오후 부산 영도구 청학1동 467번지. 이 일대에는 나무향이 가득했다.

3m가 훌쩍 넘는 소나무와 벚나무 20여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잔디가 깔려 있는 쌈지공원도 있었다. 공원에는 나무 의자와 철봉 등 간단한 체육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부산 원도심 곳곳 정비 효과 … 市, 올해부터 예산 등 본격 지원 나서

오른쪽의 육각정자에서는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들의 수다 소리가 들렸다. 정자로 이어지는 길 양쪽에 푸른 나무들이 줄지어 있어 깔끔하게 정돈된 마을이라는 인상을 줬다. 위쪽으로는 20여 대 차량이 댈 수 있는 '해돋이 주차장'도 보였다.

불과 2년 전까지 이곳은 빈집들이 밀집해 있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쓰레기 공장'으로 불렸다. 다른 지역 주민들이 쓰레기를 마구 버린 탓에 악취가 심하게 났었다. 10대들이 빈집에서 잠을 자다 불을 낸 적도 있다.

주민 이옥자(58·여)씨는 "과거에는 지나다니기도 무서운 곳이었지만 지금은 빈집들이 다 사라지고 공원과 주차장이 생겨 동네가 다시 살아난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부산 서구 아미동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19일 오후 아미동 아미유치원 인근의 한 공터에는 빨간 태양고추와 토란이 익어가고 있었다.

이곳도 2년 전만 해도 65㎡(20평) 규모의 폐가가 있었다. 지난 2006년 10월께 수년째 방치돼 온 폐가는 모두 철거됐다. 대신 곧게 뻗은 나무들과 벤치가 자리를 잡았다. 햇볕 한 조각 들지 않던 폐가 자리가 주민들이 찾는 환한 쉼터로 바뀐 것이다.

주변의 또 다른 폐가에는 녹색 풀로 띠를 두른 아담한 화단이 눈길을 끌었다. 시멘트 벽과 슬레이트 지붕 일색인 동네에서 30㎡(9평) 남짓한 화단 하나만으로도 주민들은 한결 숨통이 트였다. 주변이 깨끗해지다보니 암암리에 이뤄졌던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도 종적을 감췄다.

부산 도심 곳곳의 폐·공가 밀집지역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특히 서구와 동구, 영도구 등 원도심권은 폐·공가가 많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한국전쟁 당시 산비탈을 중심으로 무허가 판자집이 대거 들어섰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집은 낡고 누추해졌고,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갔다. 원도심권 쇠퇴와 함께 방치되는 폐·공가가 늘면서 지역 슬럼화의 우려가 제기됐다. 건물들이 낡고 오래돼 붕괴 등의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가출 청소년들이 머물면서 탈선의 공간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영도구와 서구 등 각 지자체에서는 2003년부터 폐·공가 철거에 나섰다. 그 자리에는 소규모 쉼터와 화단, 쌈지공원 등을 조성했다. 주민들도 호응했다. 올해부터는 폐·공가 철거 사업 예산을 부산시로부터 지원받으면서 더 많은 낡은 공간들이 탈바꿈하게 된다.

부산시 도시정비과 김영기 과장은 "오는 2011년까지 도시미관을 해치고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폐·공가를 없애고 쌈지공원 등을 조성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화선·이대진 기자 ss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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