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업·李 여사 만남 부산 영도와 '깊은 인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962년 이희호 여사와의 결혼식장에서 입장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김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 와중에 부산에서 이 여사를 처음 만났다. 연합뉴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산 영도 사이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피난시절 영도에서 해운사업을 했고 당시 이희호 여사를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던 지난 1951년. 김 전 대통령은 영도에 '흥국해운'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이후 3년 간 운영했다.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천 목포 등에 지사를 세울 만큼 확장해 나갔다.

1951년 피란시절 '흥국해운' 설립 3년간 운영
독서 클럽 '면학동지회'서 첫 만남 후 재혼


김 전 대통령이 아내이자 동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난 것도 영도에서 사업을 했을 때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김 전 대통령은 독서 클럽인 '면학동지회'에 가입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서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에서 "나는 6·25 전쟁 중 부산 피란 시절에 그녀(이희호 여사)를 처음 만났습니다"며 "그때 나는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뜻있는 젊은이들의 모임에 나가 전쟁의 상황이나 조국의 장래 등에 대해 토론하곤 했습니다. 나는 모두와 가깝게 지냈지만 특히 그녀와 친해져서 여러 가지 생각을 주고받곤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1962년 5월 이희호 여사와 재혼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집필한 '후광(後廣) 김대중 평전'에는 김 전 대통령이 독서클럽에서 장택상 전 총리와 토론을 벌였다는 내용도 나와 있다. 또 '1953년 봄에는 부산에 있는 건국대학 3학년에 편입하였지만, 곧 회사를 목포로 옮기게 되면서 학업을 오래 계속하지는 못하였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1954년 정치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부산 생활을 정리하고 목포로 돌아갔다.

김 전 대통령과 영도의 인연은 고향인 전라도 지역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부산 지역 정치인 등 일부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0일 영도가 지역구인 김형오 국회의장은 김 전 대통령의 병문안을 다녀오면서 "김 전 대통령이 젊은 시절 영도에서 사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영도에 관해 언급한 일화도 있다. 김 의장이 한나라당의 소속의원으로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을 맡았을 때다.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당시 상임위원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열었는데, 한나라당 내에서는 참석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김 의장은 참석해야 한다며 청와대에 갔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김 의장에게 "내가 과거 영도에서 해운 관련 사업을 했다"고 말하면서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향토사학자 김이곤씨는 "영도가 지역구였던 예춘호 전 국회의원이 1980년대 초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과거에 영도에 머물며 사업을 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김 전 대통령이 영도에서 사업을 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서도 "영도에 사는 전라도 사람들에게는 김 전 대통령이 영웅이었다"고 덧붙였다.

영도구 호남향우회 24대 회장(1999~2001년)이었던 안병선(73)씨는 "김 전 대통령이 영도구 남항동에서 기거하면서 해운사업을 했다는 이야기를 향우회 선배들로부터 전해 들었고, 후배들에게 종종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면서 "그래서 그 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애석해했다.

성화선 기자 ssu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