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盧 추모콘서트 불허·교문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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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 "깊은 자괴감 느껴"

9일 오후 부산대 정문 앞에서 '고 노무현 추모콘서트' 무대 장비 반입 문제를 두고 학생들과 교직원, 경찰들이 한데 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속보=부산대가 10일로 예정된 대학 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을 불허한 것과 관련, 대학 안팎에서 대학 측의 지성과 양식 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부산대 교수회는 9일 오후 성명을 내 "대학은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그것이 자율적으로 걸러지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행사 불허 조치는 대학의 자유 정신과 배리되는 편협하고 권위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며, 군사작전처럼 물리력을 발동해 정문을 막는 일은 한국 대학 역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라면서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통제하면서 본부가 보호하려고 하는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교수회는 또 "추모행사 불허 이유의 초라함과 불허 조치의 방법적 서투름이 대학에 있는 우리에게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면서 △교문 개방으로 교육 및 연구 업무 정상화 △교문 폐쇄 책임자 엄중 문책 △대학당국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부산지역 75개 단체, 부산대 민주동문회와 부산대 민주화 교수협의회도 성명을 채택, "교문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는 지난날 독재정권의 비상계엄 하에서 이뤄진 휴교령 이후 본 적이 없는 일로 부산대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처사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부산대의 위상과 위신에 걸맞도록, 또 더 이상 부산대가 시민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학교당국은 콘서트 불허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오후 8시께 추모공연 성사를 기원하며 촛불문화제를 벌이던 부산대 총학생회 측은 무대 장비의 학내 반입을 막는 교직원들과 크고 작은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 경력이 투입돼 물리적 충돌을 막기도 했다.

총학생회 측은 이날 오후 9시30분께 조명, 영상, 음향 등 무대에 필요한 장비 대부분을 대학 내에 반입시켰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도 불구하고 무대 설치를 강행했다. 안득균 부산대 부총학생회장은 "학생들과 시민들의 힘을 모아 반드시 추모공연을 치러내겠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이날 오후 10시를 기해 정문을 제외한 북문과 무지개문(옛 정문)에 대한 출입통제를 해제했다. 정문은 11일부터 개방키로 했다.

대학 측은 추모공연 불허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출입문 등을 대상으로 한 교직원 비상대기 체제는 해제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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