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취업사기 '유령회사' 날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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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타면 월 700만원" 1인당 소개비 30만 ~ 300만원 가로채

구직난과 구인난의 틈새를 이용한 선원 관련 취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기 수법은 선원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고임금과 양질의 근로조건을 제시해 진료비, 교통비 등의 소개비를 가로채는 한편 선원을 구하는 선주에게는 선용물품 구입 등의 명목으로 선불금을 받아 챙기는 방식이다.

노숙자·장애인 등에 외상 술값 떠넘겨 인신매매도
부산해경, 지난해 100여명 입건 올해도 잇단 적발


부산해양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유령주식회사'를 차린 뒤 선원 취업을 명목으로 구직자들로부터 교통비와 건강검진비를 받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박모(50)씨를 구속하고 유령회사 설립을 도운 강모(5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위조한 해기사 1급 면허증과 대형 원양어선 사진 등을 구직자들에게 보여주면서 "배를 타면 월 700만원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인 뒤 1인당 소개비 30만~300여만원을 받아 지금까지 15명으로부터 3천3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무등록 직업소개소를 차린 뒤 소개비를 가로챈 일당도 해경에 붙잡혔다.

김모(38)씨 등은 부산·경남지역에서 선원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로부터 1인당 90여만원의 소개비를 가로채는 수법으로 2005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300여 차례에 걸쳐 3억5천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직업안정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일반인들이 선원 일을 기피하면서 사기 대상은 노숙자와 장애인들까지 확대됐다.

김모(50)씨 부부는 부산 영도구에 소주방을 차려놓고 불법으로 선원들을 소개했다. 이들은 지체장애인과 노숙자에게 접근해 외상 술값을 빚지게 해 전남 목포 일대의 선주들에게 선원으로 팔아넘겼다.

김씨 부부는 이런 수법으로 200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모두 41회에 걸쳐 1천100여만원을 가로챘다. 부산해경은 사기와 횡령,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남편 김씨를 구속했다.

한국인 선원이 줄면서 외국인 선원을 상대로 한 취업사기도 부쩍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김모(37) 씨 등 부산의 4개 해운선사 대표가 선박직원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김씨 등은 외국인 해기사를 선박 직원으로 승무시키려면 국토해양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 같은 허가를 받지 않고 승선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A해운 대표는 "한국인 선원들이 외항선을 타지 않는 분위기라 어쩔 수 없이 외국인 선원을 태웠다"고 진술했다.

부산해경에 따르면 지난해 선원임금 및 소개비, 선용금과 관련한 사기 및 선박직업법, 직업안정법 위반 수는 모두 68건으로, 104명이 입건됐다.

부산해경 안성식 수사과장은 "사회취약·저소득층이 3D 업종인 선원 일을 원하다 보니 무허가 직업소개소가 그 틈새에서 난립하고 있다"며 "부산지역에 있는 200여개의 무허가 직업소개소에 대한 단속과 함께 선원 채용 및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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