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동점! 야구가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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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일본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이 4회말 김태균 선수가 친 공이 펜스 앞에서 잡히자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3월 한 달, 야구가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지난 6일 중국전을 시작으로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던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은 24일 숙적 일본을 상대로 악착같은 승부를 벌였으나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긴 것은 물론, 경기불황으로 시름에 빠진 국민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WBC 한국야구 선전에
불황 지친 국민 자신감
야구 관련 용품도 '불티'


결승전이 열린 24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는 1천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패색이 짙었던 9회말에 극적으로 3 대 3 동점을 만들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을 때,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결국 투수 임창용의 아쉬운 실투로 일본에 한 방을 허용,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주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은 실망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찾은 주부 김경희(41)씨는 "정말 잘 싸웠다. 아쉽게 결승에서 일본에게 졌지만 한국 야구의 매운맛을 전 세계에 알린 것 같다"면서 "야구가 이렇게 짜릿하고 재미있는 경기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TV를 지켜본 정일수(43)씨는 "패색이 짙어 보였던 9회말에 악착같이 동점을 만들어내는 한국팀을 보면서 앞으로 생활해 나가는 데 자신감을 얻었다"며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발생해도 꿋꿋하게 이겨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와 코치진 가족들도 남다른 감회를 털어놓았다.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 타자인 이대호 선수의 형 차호(31)씨는 "비록 일본에게 졌지만 대호를 비롯해 선수들이 열심히 싸워 준 덕에 준우승이란 쾌거를 얻었다"며 나름대로 아쉬움을 달랬다. 양상문 코치의 부인 김은희(45)씨는 "결승전이 열린 날이 (양상문 코치의)생일이었다. 돌아오면 애기아빠가 좋아하는 횟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이날 시청률은 32.2%로 조사됐다. 지난 22일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 때보다 2.2%포인트 높은 수치로, 이번 대회 최고 시청률이다. 방송사별로는 KBS1이 12.5%로 가장 높았다. MBC와 SBS는 각각 11.5%와 8.2%로 조사됐다.

한편 WBC가 진행되는 동안 '야구의 도시'인 부산지역의 각종 유통매장에서는 야구 관련용품 매출이 지난달보다 무려 170~200%가량 급증했다.

김진성·황석하·성화선 기자 pape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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