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글판, 영혼 적시는 한방울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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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7곳, 3개월마다 교체

부산 서면 교보생명 사옥 앞을 지나노라면 가슴 한쪽이 훈훈해진다. 커다란 글판에 적힌 싯구 한 구절이 외벽에 걸려 있다.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정현종 시인의 '아침'이 움츠린 어깨를 토닥인다.

교보생명 사옥 외벽에 걸린 이 글판(사진)에 많은 사람들이 눈길을 주고 있다. "숨가쁜 도시인의 영혼을 적시는 맑은 물 한 방울" 같다는 것이다. 이 글판의 시발점은 교보생명이 서울 광화문 본사 건물 외벽에 첫선을 보인 1991년이다. 곧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며 세간의 명물이 되었고, 2001년에는 '광화문 글판'이라는 어엿한 이름까지 얻었다. 환경재단은 이 글판을 '2007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글판이 부산에 등장한 건 2005년 12월부터. 지금은 서울 2곳 포함, 부산과 천안 대전 광주 제주 등 전국 7곳의 교보생명 사옥에서 동시에 걸리고 있다.

글판의 크기는 본사(20m×8m)와 지방(11m×4.4m)이 각각 다르지만, 내용은 꼭 같다. 3개월 동안 걸리다가 매년 3월, 6월, 9월, 12월에 교체되고 있다.

글귀는 문인 등 7인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365일 공모를 통해 선정한다. 잘 알려진 시인의 시가 주로 내용을 장식하지만 창작글이나 경전, 고전, 우화 등에서 뽑은 것도 없진 않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고은)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김용택)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정호승). 그동안 인기를 끌었던 시는 고은 김용택 도종환 정호승 정현종 시인의 것이 많았다. 김건수 기자 kswo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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