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 담배의 사회문화사 - 강준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조선은 골초국가였다

"어린 아이들이 4~5세 때부터 담배를 배울 정도로 흡연이 성행했다." 17세기 하멜표류기에 나오는 조선의 모습이다. 1616년 광해군 시절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첫선을 보인 담배는 이후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신용하 교수는 조선왕조실록 등을 근거로 18세기 말 정조 때 전체 인구의 20%인 360만 명이 담배를 피웠다고 추산한다. 조선은 이른바 '골초 국가'였던 것이다.

구한말 선교사로 왕궁에 드나들던 언더우드 여사는 상당수의 궁녀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전한다. 다시 한 번 그녀를 놀래킨 건 정작 궁녀들이 비흡연자인 자신을 놀라워 했다는 사실. 이걸 흡연 행위만큼은 일찍이 여성해방이 이뤄졌다고 좋아해야하나.

'담배의 사회문화사'는 지난 400년간 세계의 '골초 국가'로 거듭난 우리나라의 유구한(?) 흡연 역사를 탐구한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담배와 정부의 질긴 공생관계가 드러난다. 흡연자 개인의 의지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기에, 정부 권력과 싸워야 하는 일이기에, 그래서 금연이 더 힘든 건지도 모르겠다.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248쪽/1만 2천 원. 이대진 기자 djrhee@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