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불균형 부르는 입시 개편안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공교육 정상화의 안전판 구실을 해 온 대입 '3불 정책'의 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대입 제도 개편안은 수능, 내신 등 현행 대입 주요 전형 요소의 비중 축소와 함께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입 선진화 방안'으로 불리는 이 같은 입시 개편안은 학교 교육 정상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되레 사교육 확대와 수험생들의 입시 부담만 늘리고, 교육의 지역불균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교과부는 내년 중·고교 신입생부터 학기당 이수 과목을 8개 이하로 줄이는 '2009 개정 교육과정' 시행과 탐구영역 비중을 줄이고 국·영·수 수준별 시험을 실시하는 '2014학년도 수능 시험 개편안', 고교 내신 산출방식을 현재의 9등급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내신제도 개편안 등 입시 개편안을 잇따라 내놨다.


입시과열·고교서열화 우려
지역 인재 역외 유출 심화


입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MB식 입시정책'으로 본고사와 고교 등급제 금지라는 '대입 3불 정책'의 두 가지 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수능 복수 응시와 반영과목 축소는 수능의 변별력 약화로, 내신 절대평가 전환은 내신성적 반영비율 축소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결국 대학들이 특목고를 우대하는 고교 등급제 합법화와 대학 자체 변별력 확보를 위한 대학별 본고사 부활로 귀결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시 과열과 고교 서열화가 강화되고 사교육 양극화와 우수 인재 역외 유출에 따른 지역 간 교육 불균형도 한층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용인고 박만제 교감은 "현재도 상위권 대학들은 심층 면접이나 수리 논술 등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전형 요소들을 활용하는 등 사실상의 본고사를 통해 소위 '출신 성분'이 좋은 학생들을 선점하고 있다"며 "내신 절대평가 전환으로 대학들의 특목고 우대가 한층 노골화 되면 그나마 내신에서 비교 우위를 차지해 왔던 지역 인문계고 학생들로서는 틈새시장마저 사라져 주요 대학에 들어가기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우수 교육 자원들의 조기 역외 유출도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종로학원 김윤수 평가실장은 "특목고 학생들이 입시에서 훨씬 유리한 구조가 되기 때문에 고교 진학 단계에서부터 우수 학생들이 특목고로 몰릴 것이고, 특히 자사고가 없는 부산은 우수 인재들의 '교육 엑소더스'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du@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