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154> 한산도 망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발아래 펼쳐지는 한산대첩 학익진… 가족과 함께라면 더 큰 감동…

망상 정상에 올라 거제 어구 방면을 보며 찍은 장면.

섬 산이 주는 보편적 매력 중 하나는 조망의 즐거움일 게다. 아마도 이런 평가는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섬 산의 특성에서 비롯한 것이겠지만 바다가 주는 광활함의 이미지도 그런 평가를 낳게 한 배경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래서 섬 산에 갔다 와서 '속이 다 후련하다'란 말은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광대한 조망에 대한 감탄의 뜻으로 해석되곤 한다.

이번주 역시 섬 산을 찾았다. 이번에는 한산도 망산(294m)이다.

한산도는 경남 통영에서 바라보았을 때 미륵도 왼쪽에 있는 자그마한 섬이다. 하지만 이 섬은 한산면의 주도이자 한려해상공원의 출발점이다. 즉 행정적으로나 관광적으로도 꽤 중시되는 섬인 것이다. 한려란 말도 한산도와 여수의 첫글자를 따온 것이다.



망산은 바로 이 섬의 주봉이자 상봉이다. 높이는 고만고만하지만 이 산 역시 섬 산의 상봉답게 주변 조망이 탁월하다. 한려해상공원의 갖가지 섬은 물론 주변 내륙의 웬만한 산까지 거의 다 조망된다. 조망을 즐기는 산꾼의 경우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망산은 조망만 즐기고 오기에는 역사적으로 너무 특별하다. 우선 그 일대 바다가 세계 4대 해전의 하나로 이름 높은 한산대첩이 펼쳐졌던 곳이다. 400여년 전 이 땅을 침략한 왜적선 59척이 이 충무공이 지휘한 조선수군에 의해 격침되거나 포획됐던 역사의 현장인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망산이 품고 있는 산자락은 제승당이 있는 곳이다. 제승당은 충무공이 한산대첩 이후 삼도수군을 지휘할 목적으로 세운 해군작전사령실이다. 폐진되기까지 3년8개월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시름과 번뇌로 지샌 이 충무공의 우국충정이 난중일기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망산으로 산행을 떠난다는 것은 단순한 탐승 이상의 여정이 될 것이다.

이번주 답사도 이러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진행됐다. 그래서 한산도로 가는 뱃길부터 통영항에서 가는 것으로 했다. 사실 한산도는 거제 어구에서 들어가면 시간과 비용면에서 절약된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한산대첩의 현장을 못 보게 되는 아쉬움을 남기게 된다. 통영항에서 제승당으로 가는 뱃길은 그 자체가 한산대첩의 오롯한 현장인 셈이다.

제승당도 당연히 코스에 들어갔다. 그래서 그 경내를 걸어면서 임진왜란 당시 이 충무공이 왜 이곳에 삼도수군 본영을 설치했는지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면 산행의 감동이 더욱 남다르리라 기대한다.

짜여진 코스는 다음과 같다. 통영시 서호동 통영항여객선터미널을 출발점으로 잡아 한산섬 제승당에 들린다. 이후 염호리 더풀개를 들머리로 망산 산행에 나선다. 그렇게 할 경우 제승당 관람을 제외한 산행시간은 휴식을 포함해 2시간30분~3시간 정도 걸린다. 나갈 배편이 정해졌다면 남는 시간은 각자의 형편에 맞게끔 활용하면 된다.

망산으로의 산행은 이렇게 주제가 부각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산행 그 자체는 산꾼들의 표현을 빌리면 '널널산행' 그 이상이다. 우선 산길이 참 부드럽다. 오르막이 3곳 있지만 땀이 날 만한 곳은 정상 직전의 가풀막뿐이다. 하지만 이 부분도 25분이 채 걸리지 않아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외려 이 정도의 오르막이 없었다고 하면 다소 싱거운 산행이 될 수도 있을 게다.

그 외 산길은 산책로 이상이다. 쭉쭉 뻗은 해송이 기분 좋은 그늘을 드리우고 봄볕 가득 쬔 바닷바람이 싱그러움을 더한다. 답사 때 이 부분이 크게 와닿았다. 과장한다면 초여름까지도 산행이 가능한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등산로 정비가 잘 되어 있고 달리 위험한 곳이 없다. 이정표만 따라가면 별다른 혼란 없이 안전하게 산행을 이어갈 것으로 생각된다.

바로 이런 장점 때문에 망산은 가족 산행지로서도 적격이다. 따로 가볼 곳이 마땅찮다면 가족과 함께 나서볼 것을 권한다. 자녀들의 산 역사 교육과 더불어 두고두고 행복한 순간으로 남을 것이라 확신한다.

통영항을 출발하면 곧 한려해상공원의 각종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뱃길 오른쪽의 큰 산이 미륵산이고 왼쪽으론 가물가물한 것이 거제 대교가 지나는 견내량 앞 해간도다.

한산대첩이 펼쳐졌던 곳은 뱃길 정면의 넓은 바다다. 그 너머 멀리 솟은 산이 한산섬의 고동산이다. 400여년 전 그 고동산 위로 불화살이 날아오르자 주변의 작은 섬에 숨어있던 조선 수군의 판옥선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곤 멋모르고 추격해 온 왜선함대를 전격적으로 포위해 무차별 방포했다.

결과는 59대 0. 세계 4대 해전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한산대첩의 학익진은 한산섬의 이런 지형지물의 이용에서 가능했다. 400년 전 그런 장면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기다 보면 도선은 곧 거북등대를 스쳐 곧 제승당 선착장에 닿는다.

배에서 내리면 제승당은 선착장 오른쪽에 있다. 관람료는 1천원이다. 산행은 잠시 뒤로 미루고 제승당을 먼저 둘러본다. 충무공이 병사들과 함께 마셨다는 우물과 나라 생각에 깊은 시름에 자주 잠겼다는 수루가 시선을 끈다. 충무공이 장수들과 전략을 논의하고 난중일기도 썼다는 작전사령관실 격인 제승당도 발길을 머물게 한다. 물도 마셔보고 수루에도 올라보고 제승당의 총통들도 눈여겨보자. 산으로 오르는 길이 더욱 사색적인 시간이 될 것이다.

제승당을 둘러보고 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는 선착장 왼쪽의 더풀개라는 곳이다. 선착장에서 왼쪽 도로를 따라 3분쯤 올라가면 망산 등산안내판으로 만난다. 등로는 이 안내판 뒤 산자락으로 열려 있다. 그 자락을 따라 올라가면 흰색의 낡은 건물을 만나는데 그 건물 뒤로 동백꽃 터널이 나온다. 터널을 오르면 첫 이정표가 나오고 그 이정표의 망산쪽 방향을 따르면 큰 어려움 없이 등로를 이어갈 수 있다. 들머리에서 첫 이정표까지 2분 소요. 다시 의자시설이 있는 능선까지 5분이 더 걸린다.

능선에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제승당과 선착장이 내려다 보인다. 한산대첩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문어포는 그 너머에 있다.

이후 등로는 소고포쪽에서 올라오는 이정표가 있는 능선 삼거리까지 외길의 마루금만 따르면 된다. 등로는 삼거리 직전의 오르막이 조금 있을 뿐 산책로 이상으로 넓고 시원하다. 능선 삼거리까지 35분 소요.

능선 삼거리에서 등로는 오른쪽이다. 창동과 신거를 잇는 도로 고개 위 망산교까지 완만한 내림길로 이어진다. 이 구간 역시 볕이 빽빽한 해송이 시원한 바람으로 맞아준다. 망산교까지 20분 소요

망산교는 도로 개설로 인해 잘려나간 능선을 이어주는 구름다리다. 출렁다리는 아니지만 타원형으로 강조를 둔 다리 설계가 인상적이다.

망산은 이 다리에서 볼 때 좌우로 펼쳐진 능선의 가장 높은 부분이다. 망산 산행에 있어 그래도 땀을 내는 구간이라면 바로 이 부분이다. 200m쯤 치고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망산교에서 25분쯤 걸린다.

정상은 이름 그대로 조망이 압권이다.

특히 먼바다쪽 열도들은 파노라마가 따로 없다. 날씨가 맑으면 대마도도 보인다고 하니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고 환호성을 지를 만한 전망대다.

다리로 이어진 부속섬 추봉도를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볼 때 추봉도 너머 거제망산이 오롯하고 그 앞에 장자도 대덕도, 그리고 가오리를 닮았다는 가왕도, 죽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2007년 문화관광부 선정 가고 싶은 섬 4곳 중 하나로 뽑힌 매물도가 그 뒤로 아련하고 뛰어내리면 닿을 것 같은 용초도도 발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팔손이의 자생섬으로 유명한 비진도는 용초도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 오른쪽 너머 국도가 한 점 섬으로 가물거린다. 물론 욕지의 연화열도도 흐릿한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불문가지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보면 휴월정 뒤 거제 가라산이 뾰족하고 그 왼쪽 능선으로 이어진 노자산이 예의의 모습 그대로 시야에 들어온다. 산달도 뒤 선자산과 암봉이 멋진 산방산, 그리고 그 너머 계룡산이 아련한 하늘금을 그린다. 주변이 다 나오는 지도를 들고 간다면 조망의 기쁨이 더욱 색다를 듯하다.

하산은 진행 방향 정면으로 이어가면 된다. 달이 쉬어 간다는 휴월정에서 내려다보는 추봉도가 아름답고 사각정자 아래 내리꽃히는 시선으로 아찔한 추봉교가 고도의 차이를 실감나게 한다. 휴월정까지 1분, 쉼터가 있는 사각정자까지 23분이 더 걸린다. 급한 내리막으로 내려가 맞는 한산중학 날머리까지 15분이 더 걸린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1, 박낙병 산행대장 011-862-6838.

글·사진=진용성 기자 ysjin@busanilbo.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