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저축銀 구조조정 서민도, 은행도 못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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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문턱·영업 악화 겹쳐 '실패작'

'1년 넘게 진행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은행도 죽이고 서민도 죽이는 실패작이다.'

최근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지역 저축은행의 영업상황이 크게 악화된 데다 서민들이 저축은행에서 돈 빌리기도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초부터 계속돼온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퇴출 저축은행을 떠안은 금융지주사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일방적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결국 '승자 없이 피해자만 양산한 정책'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최 모(35·동래구 명장동) 씨는 최근 지역의 모 저축은행을 통해 500만 원 대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신용 8등급인 최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축은행으로부터 언제든 대출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아 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에 따라 저축은행들도 개인에 대해 엄격한 대출심사를 적용하면서 최 씨는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됐다.

지역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신용등급 9~10등급의 저신용자들은 저축은행에서 아예 외면을 받으며 7~8등급조차도 이제 대부업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살아남은 지역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최근 각종 비리와 '상호신용금고'로의 명칭 변경 논의 등이 부각되면서 여수신이 극도로 악화되는 상황이다. 업계 이미지 손상으로 1금융권인 은행권과 대부업 사이를 이어줄 저축은행 시장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지역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3차 구조조정 이후 저축은행의 대출 관련 상담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돈 굴릴 곳이 축소된 저축은행들의 영업이익은 최소 20~30% 감소했다. 자산규모 역시 지난해까지 1조 원대 이상이었던 A사가 현재 5천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지역의 대부분 저축은행이 2천억~3천억 원대에 그치고 있다.

영업 환경 악화와 관련, 지난 18일 저축은행중앙회는 서울에서 각 지역 지부장을 소집해 어려워지고 있는 업계 대책을 논의한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주용식 중앙회장이 부산을 방문해 부산, 경남 지부 회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퇴출 저축은행을 인수한 금융지주사들 역시 속앓이를 하긴 마찬가지다.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들은 올해 1/4분기에 많게는 수백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부실 저축은행의 인수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은 여전해 금융지주사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 부실저축은행 퇴출 이후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됐던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들조차 수신고가 기대와 달리 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서민경제만 뒤흔든 실패작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준녕 기자 jumpj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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