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그만둘 때를 알면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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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에서 웃으면서 걸어 나오기 위해서는 게임을 그만둘 최적의 시점을 아는게 중요하다. 사진은 강원랜드 카지노 모습.


'도박 연예인들이 누구지?'

지난 9일 인천지방검찰청이 유명 연예인들이 포함된 해외 원정도박단을 적발하면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런 궁금증들도 생길지 모르겠다. '왜 도박에 빠질까?''과연 카지노에서 돈을 딸 수 있을까?' 도박의 과학에 대해 알아본다.

확률상 게임방식 카지노측 유리
어설픈 수학적 지식 과신 말아야


·도박 '필승전략'은 뭘까?

도박 마니아들은 가장 먼저 '카드 카운팅'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지난 1960년 미국 UCLA의 수학자 에드워드 소프가 미국 수학회 정기총회에서 '행운의 공식: 블랙잭의 필승전략'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카드 카운팅은 이미 사용된 카드의 종류에 따라 게임승률이 바뀐다는 것. 게임에서 사용된 카드를 적절하게 계산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베팅하면 승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영된 영화 '21'에서 '카드 카운팅'이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카드 카운팅은 수학적 재능이 부족한 일반인들이 활용하기엔 너무나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 일반인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필승 전략은 뭘까? 정답은 '게임을 언제 그만두어야할지 아는 게 바로 최고의 도박 전략'이라고 수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의 심리학 연구팀은 영국 과학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 최근호에서 "도박자들은 돈을 잃게 되면 대개 본전을 되찾겠다는 생각, 즉 '매몰비용의 오류' 때문에 심리적으로 중간에 그만두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사실 카지노의 모든 게임 방식은 확률상 미세하게 카지노 측에 유리하다. 그래야 카지노 측은 운영 경비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초절정 고수라도 게임을 오래하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 도박을 어느 시점에 멈추고 일어날 것인가를 아는 것이 바로 '딜러를 이기는 법'인 것이다.

·언제 멈추어야 할까?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가 바로 '스피드 미팅'이다. 100명의 후보 가운데 최고의 배우자를 고르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먼저 후보를 한 번씩 만날 수 있으며 바로 결정해야 한다. 거절하면 영원히 만날 수 없다. 이런 게임에서 가장 이상적인 배우자를 고를 확률은 얼마일까. 만약 자꾸 결정을 미루다 99명의 후보까지 거절했다면 100번째 후보와 결혼해야 한다. 이럴 경우 확률은 100분의 1이다. 그러나 수학 지식을 활용하면 최고의 배우자를 고를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하버드대 존 길버트와 프레더릭 모스트텔러는 "일단 37명까지 만난 후 다음 번부터 나타나는 배우자 후보(38번~100번까지)가 여태껏 만났던 최고의 배우자(1번~37번 후보 가운데)보다 더 우수하다면 미팅을 멈추어야 한다"고 뉴사이언티스트에서 설명했다. 이럴 경우 최고의 배우자를 고를 확률은 37%까지 높아진다. 37은 대략 100을 2.72로 나눈 값이다. 그럼 절반 정도 만난 후 결정하면 어떨까. 이때 확률은 25%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법칙을 카지노에 적용하면 된다. 먼저 오늘밤 즐길 수 있는 최대 게임 횟수를 결정한다. 만약 100번 정도 게임할 수 있다면 37번 정도 베팅한 후 다음 번 베팅부터 이전 베팅 때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면 게임을 멈추고 카지노를 떠나는 것이다. 이게 바로 필승전략이다.

이 방법은 일상생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만약 자동차 보험 회사 50개 가운데 최고로 서비스가 좋은 회사를 고를 때 18곳(50/2.72=18)의 서비스를 살펴본 다음 19번째에서부터 지금까지보다 더 좋은 회사가 발견되면 선택하는 방식이다.

·도박사의 오류에 벗어나야

도박 중독자가 가장 빠지기 쉬운 잘못 중의 하나가 바로 어설픈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카지노의 대표적인 게임인 룰렛에서 도박 중독자들은 이런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항상 같은 색에 2배의 금액으로 베팅하면 돈을 딸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빨간 색에 처음 1만원을 베팅한다. 만약 검은색이 나오면 다시 빨간 색에 2만원을 베팅한다. 빨간 색이 나올 때까지 두 배의 금액으로 베팅하는 방법이다.

부산여대 호텔카지노학과의 임문순 교수는 "일반인들이 가장 잘못 생각하는 오류 중 하나"라며 "'확률과 빈도는 반드시 비례하는가'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운이 나빠 검은 색만 계속 나오게 되면 베팅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처음 10만원으로 시작했을 때 7번 연속으로 지면 금액은 1천280만원이나 된다. 운 좋게 이기더라도 베팅 금액만큼 벌 뿐이다. 이런 식으론 주머니가 금방 바닥이 난다. 어설픈 카드 카운팅 지식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인생도 어찌 보면 게임의 연속일지 모른다. 만약 인생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게임을 할 수밖에 없을 상황에 처했을 때 고교 때 배운 수학지식을 활용하면 오류를 최소화하고 '카지노'를 웃으면서 걸어 나오는 데 도움이 될지 않을까.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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