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노래방 화재 대참사] 생사 가른 출입구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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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은 어두컴컴한 통로에서 출입구 쪽에서 난 사람들 목소리만 듣고 뛰쳐나왔죠."

5일 오후 8시 50분께 화재가 난 시크노래방의 25번 방에 동료들과 함께 있던 신 모(23) 씨와 정 모(19) 씨. 이들은 생지옥과도 같았던 당시 탈출 순간을 생생히 기억했다.

화재 당시 신 씨는 전 직장이었던 기수정밀 동료와 친구 등 12명과 함께 25번 방에 모여 있었다.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방으로 들어온 노래주점 종업원의 "대피하라"라는 짧은 말 한마디에 방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짙은 연기 속 입구 쪽 사람 소리 듣고 빠져나와

뜨거운 열기에 뒷걸음친 일행은 안타까운 희생


신 씨는 "종업원의 말을 듣자마자 방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복도는 이미 발 한 걸음조차 내딛을 수 없을 만큼 짙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며 악몽 같았던 순간을 기억했다. 신 씨와 정 씨는 "출입구를 찾아 빠져나오면서 비상구 안내등도, 스프링클러도, 알람도 전혀 없었다. 오직 출입구 쪽에서 들린 사람들의 비명소리만 좇아 빠져나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신 씨의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방에서 나온 정 씨는 "복도를 빠져나오며 어느 한 곳의 왼쪽에서 갑자기 열기가 느껴져 크게 놀랐다"고 회상했다. 신 씨는 "열기가 몸을 뒤덮는 순간 서로 손을 잡고 있던 동료들이 흩어졌고 일부는 열기를 피해 다른 방으로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씨의 일행 중 일부는 화마를 피해 뒷걸음질하면서 무더기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생사의 기로에서 입구 쪽으로 탈출한 일행 4명만 살아남았고, 나머지 8명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

같은 시각 건물 6층의 한 주점은 순식간에 3층에서 올라온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출입구를 타고 밀려온 검은 연기에 주점 내 있던 20여 명은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연기가 덜한 화장실 쪽으로 모여들었다. 최 모(24·여) 씨는 "종업원의 지시에 따라 눈과 코를 물에 적신 냅킨을 덮은 채 옥상으로 황급히 대피했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좁은 계단을 따라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옥상으로 올라갔다. 동료 3명과 함께 주점에 있었던 강 모(31·여) 씨는 "종업원들이 침착하게 옥상으로 난 대피로로 안내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한수·김현아 기자 han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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