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축은행 구조조정 이후 서민금융 대책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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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끌어 온 저축은행 구조 조정 과정에서 힘없는 서민들만 골탕먹고 있다. 신용이 낮은 서민들은 저축은행으로부터 단돈 500만 원을 빌리려고 해도 엄격한 심사로 인해 대출이 무산되기 십상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서민들은 고금리 대부업체와 불법 사채업자에게 몰리면서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이미지가 좋지 않은 저축은행도 예금이 늘어나지 않아 제1금융권인 은행권과 대부업 사이를 연결하는 저축은행 시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러다간 부실 저축은행을 솎아내 우량 저축은행을 살리겠다는 정부 구조조정 정책이 저축은행과 서민을 함께 몰락시키는 실패작으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저축은행은 시장 원리에 의해 도태될 것은 도태돼야 한다. 하지만 이 와중에 서민들만 격랑의 회오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정부는 공적인 금융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한국 서민금융시장 특성은 두말할 것도 없이 수요가 넘쳐나면서 공급자가 우위에 있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융기관이 슈퍼권력을 행사한다. 정부가 미소금융·새희망홀씨대출과 같은 서민금융 정책을 밀어붙인 데는 이 같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매번 금융권 팔 비틀기로 서민금융상품 재원을 마련해서는 곤란하다. 현 정권 이후에도 '정치적 금융상품'들이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치지 말고 공공재원 투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민경제가 흔들리면 국가경제마저 흔들린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닌가. 도덕적 해이를 막는 제도적인 틀은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무려 12조 원에 이르는 순이익을 낸 은행권도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시장금리가 오를 때는 신속히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그 반대일 때는 대출금리를 늦게 인하하는 식으로 배를 불려 왔다. 서민들에게 까다롭기만 한 대출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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