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대 앞 5층 상가 화재, 대학가 '쪽방' 고시텔 화재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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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건물 개조 우후죽순 늘고 있지만 스프링클러 등 방재시설 의무 없어

최근 대학가 유흥업소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쪽방' 고시텔 등 주거시설로 공간을 개조한 상가건물이 늘고 있는데 이들은 불이 났을 때 인명대피와 진화작업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시텔을 겸하고 있는 이들 상가건물 대다수는 법적 면적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 등 방재시설 구축이 미흡해 취약시간대에 불이 날 경우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7일 오전 6시 10분께 부산 남구 대연동 경성대 앞 H빌딩 3층 주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여대생 4층서 추락 중태

화장실 피신 4명 등 구조

용도변경 신고 여부 조사



화재신고를 접수한 소방서에서는 소방차 35대와 204명의 구조대원들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소방차가 도착했을 당시 이 건물 내 자동방재시설이 없었던 탓에 이미 불은 3층을 태우고 2층과 4층으로 옮아붙어 5층으로 유독가스와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이 사고로 5층 고시텔 501호에서 잠을 자던 부경대 학생 박 모(22·여) 씨가 화기를 견디다 못해 창밖으로 대피했다가 4층 간판 위에서 지면 아래로 떨어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다.

소방서 측은 에어매트를 동원했으나 공기를 주입하는데 10여 분이나 소요된 탓에 난간에서 불길을 피하던 박 씨는 에어매트가 설치되는 것을 기다릴 틈도 없이 무방비로 지면 위로 뛰어내려 골절 등 중상을 당했다.

고시텔 504호에 살던 정 모(32) 씨는 4층 간판 위로 대피했다가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려 구조됐다. 5층 고시텔에 거주하던 나머지 4명은 구조대원들의 전화 지시에 따라 화장실로 대피해 문을 밀폐한 후 물수건으로 코를 막고 있다가 출동한 구조대원들에 의해 옥상으로 구조됐다.

해당 건물은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주점과 음식점이 입점해 사고 당일에는 지상 1층의 음식점을 제외하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꼭대기 층인 5층 고시텔은 상호가 없는 상태로 건물주가 용도를 변경했는데 경찰은 건물주가 구청에 신고했는지 등의 여부에 대해 조사중이다.

화재 과정에서 3층 주점이 전소할 때까지 5층 고시텔 거주자들은 불이 난 정황을 몰랐고 소방차가 도착해 진화작업을 벌이는 소리를 듣고야 화재가 난 사실을 알았다는 점에서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을 했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불이 난 당시 화재경보기가 울렸는지 여부와 관련해 현장에 있던 이들 사이에 진술이 엇갈려 화재경보기 작동 여부에 대해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해당 건물이 법에 명시된 건물 규격에 미치지 않아 스프링클러 등 자동방재시설 설치 의무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 남부소방서는 "1천㎡ 이상의 건물에 대해서는 스프링클러 등 자동방재시설의 구축이 법제화 돼 있지만 현재 총면적 866㎡인 H빌딩은 그에 미달하기 때문에 방재시설을 따로 구축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400㎡ 이상의 건물과 다중 이용업소에 한해 자동화재탐지설비(화재경보기)와 분말소화기를 구축하도록 의무화 돼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해당 건물이 법적 규율을 준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남부소방서 관계자는 "이번 같은 화재 발생 시 소규모 상가 및 주거 건물은 큰불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srdfi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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