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우린 장난감이 아니에요, 살아있는 존재란 걸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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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을 통해 본 '애완 문화'

"사람은 많은 말을 잘 할 수 있지만 대부분 허구이기 쉽고, 동물은 몇 마디 못하지만 모두 진실되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


찌비. 사람들은 저를 그렇게 부르네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겨우 5개월 된 강아지랍니다.

저는 지금 부산 시내 한 동물병원에 입원해 있어요. 애견숍이라고, 저와 비슷한 애들을 기르고 파는 곳에서 지금의 주인을 만난 지 열흘. 엉덩이가 너무 아프고 털이 자꾸 빠지자 주인은 절 이곳으로 데려왔어요. 

흰 가운과 마스크를 쓴, 수의사 선생님이 제 눈과 입을 살펴보고 피를 빼서 검사하더니 "영양 불균형, 피부염, 각종 알레르기가 원인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혼자 남겨진 병원. 하지만 둘러보니 저 혼자가 아니네요. 뭉치, 코코, 치치, 시롱이, 단지쌈지…. 종도, 이름도, 나이도 제각각인 강아지들이 꽤 있습니다. 응애라 불리는 제 또래의 고양이도 웅크리고 있고, 갈색 토끼도 있네요. 이들 중 몇몇은 저처럼 아파서 치료받으러 왔답니다.

'강아지 공장'서 인위 번식… 병원 신세 잦아
"같이 살자며 성대·불임 수술 너무 가혹해요"


아픈 동물 대부분은 아주 어리거나, 아주 나이가 많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수의사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니, 요즘 강아지와 고양이가 아픈 주된 이유는 안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대부분은 엄마아빠가 사랑을 해서 자연적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분양을 하기 위해, 흔히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대규모 번식 시설에서 인위적으로 태어났습니다. 그 때문에 자연적으로 태어난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강아지 공장의 모토는 '질보다는 양'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구입하기 편하고 가격이 싸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네요. 저 역시 생일 선물로 지금의 주인을 만났습니다. 괜히 우울해지네요.

갑자기 누가 소리 칩니다. "그래도 여기에 있는 걸 복 받은 줄 알아, 요 녀석아!" 옆방에 있는 열 살짜리 푸들 할머니네요. 좋은 주인을 만나 이처럼 동물병원에 올 수 있었지, 만약 주인이 반려동물에게 무관심하거나, 돈이 없다면 치료는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인 잘 만나 동물병원에 있다고 해서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병원에 있으면서 성대를 제거하거나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 수술을 받는 경우를 종종 봤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주변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또 키울 능력이 되지 못해서 어쩔 수없이 수술을 한다지만, 짖거나 자손을 낳는 자연스러운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너무한 게 아닌가요?

사람들은 우리들과 좀 더 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해 그런 수술들을 한다고 하겠지만, 순순히 받아들이기엔 저희들의 운명이 너무 가혹하네요.

"사람은 많은 말을 잘 할 수있지만 대부분 허구이기 쉽고, 동물은 몇 마디 못하지만 모두 진실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옛날 과학자는 그리 말했답니다. 큰 허구보다 작은 진실이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좀 더 깊이 생각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글=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사진=최성훈 기자 noonw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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