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탄소거래소 부산 유치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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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혁 부산대 상과대학장·금융공학

2007년 겨울철 미국의 의류업계는 과거에 비해 수익성이 매우 악화되었다. 그 원인은 경기하강이나, 패션디자인,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라 겨울철 이상난동 때문이었다. 여름철의 이상고온이나 저온현상과 강수량의 급변동에 따른 홍수와 가뭄도 인류의 생활과 경제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기후는 농작물의 수확, 에너지 소비량, 교통량, 여행 빈도수 등 인간의 모든 활동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경우 경제활동 규모 중 4조달러 정도가 기후 변화에 노출되어 있다고 추정되었다. 유럽 여러 국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온난화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어 기후 변동에 따른 경제활동의 위축에 대하여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후와 경제의 상관관계 주목

이러한 영향으로 21세기에 들어서 기후 파생상품시장이 주목을 끌고 있다. 기후파생상품은 기온, 강수량, 풍력, 강설량을 지수화(기초자산)하거나 태풍, 해일, 지진, 대화재 등의 자연재해와 관련한 보험상품을 option, swap, forward의 형태로 거래한다. 에너지 산업에서의 규제완화, 이상기상 현상(한파와 무더위, 홍수, 가뭄), 그리고 태풍, 해일, 지진, 대화재 등의 극단적 재해 발생의 빈도수 증가 등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위험관리 수단에 대한 수요증가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극단적 자연재해 관련 보험상품에도 기업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인간의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으며 그 본질적인 원인은 산업화와 자동차 배기에 의한 탄소의 과도한 배출로 지목되고 있다. 2005년 2월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탄소배출권 확보 경쟁이 본격화 진행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는 중개기관인 거래소를 통하여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 파는 것이다. 교토의정서 발효로 선진국들은 온실가스를 2008~2012년 기간 중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EU는 2005년부터 25개국 1만1천여개 기업들이 감축 할당량을 받아 의무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시스템(EU-ETS)을 시행 중이다. 교토의정서를 반대했던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Cap & Trade)'를 입법예고하였다. 이로 인해 최대 배출권 시장인 미국이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2009년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서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기준이 합의되면 탄소배출권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친환경 관련 성장정책인 녹색성장 국가 전략과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는 △탈석유·에너지자립 구현 △녹색기술·산업 신성장동력화 △친환경적 세제 운영△기후변화 재해에 적극 대응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제도화하기 위하여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안'을 확정하여 국회에 상정하였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프랑스의 블루넥스트, 독일의 유럽에너지거래소, 영국의 유럽기후거래소 등 이미 탄소배출권 거래시스템을 정립하고 거래를 개시한 유럽을 중심으로 먼저 형성되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7년 기준으로 유럽에서 전 세계 탄소배출권의 80%가 거래되었다. 이러한 시장규모는 2006년 312억달러, 2007년 640억달러, 2008년에는 1천억달러로 증가하였으며 2010년에는 1천500억달러, 2020년에는 1조4천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장 전망이 가장 높은 분야

부산은 파생상품과 해양관련 상품을 특화하여 성장하는 것을 기본전략으로 금융위원회가 금융중심지로 지정한 바 있다. 부산에 본사가 있는 한국거래소(KRX)에서 취급하는 kospi200 옵션상품은 세계에서 최고의 거래량을 자랑하고 있다. 이 상품은 국내에서 개발한 파생상품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품으로 성장하게 된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거래시스템과 노하우이다. 앞으로 탄소배출권, 기후 관련 상품은 가장 성장 전망이 높은 분야이다. 특히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우리나라 GDP의 3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요충지로 탄소배출권의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 중심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거래소가 조속히 탄소배출권 시장을 개설하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시장을 조기에 선점하여 부산이 동북아금융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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