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코흐곡선과 남북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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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국 동서대 컴퓨터정보공학부 교수

우리는 어떤 것이 다른 것과 확연히 다를 때 차원이 다르다는 표현을 한다. 그리고 보통 자신의 차원을 벗어나는 현상을 사고라 하며 신문 기사로 낸다. 예를 들어 기차가 1차원의 기차선로를 벗어나 2차원인 기찻길 옆으로 들어섰다면 기차가 탈선했다고 신문에 날 것이며, 2차원의 평면을 다니는 자동차가 절벽에서 떨어져 3차원으로 들어선다면 자동차가 추락했다고 신문에 날 것이다. 이와 같이 준비 없이 자신의 정해진 차원을 벗어나면 큰일이 난다. 그럼 차원이란 무엇일까? 우리들은 보통 점은 0차원, 선은 1차원, 면은 2차원이며, 입방체는 3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세계는 일반적으로 정수 차원이다. 그러면 정수 차원만 있을까?

1924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1936년 어린 시절 프랑스로 이주했으며 1952년 파리대학에서 수학박사학위를 받고 1958년 미국 IBM 토머스 J 왓슨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명예 펠로이며 예일대학교 명예교수인 수학자 브누아 만델브로는 1967년 '사이언스' 잡지에 '영국을 둘러싸고 있는 해안선의 총 길이는 얼마인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바보 같은 질문 같은데 이 글에서 만델브로는 영국의 해안선 길이는 어떤 자로 재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고, 그는 이를 통해 정수 차원이 아닌 소수 차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혔다. 우리는 이 소수 차원을 '프랙탈 차원'이라 한다.

프랙탈 차원의 가장 간단한 수학적 예인 칸토르(1845~1918) 집합은 길이가 1인 선분의 가운데 1/3을 잘라내고, 그 후 매 단계에서 남아 있는 모든 작은 선분들의 가운데 1/3을 잘라내는 것을 무한히 반복함으로써 얻어진다. 이 칸토르 집합의 길이는 0이나 그 프랙탈 차원은 대략 0.631로 0차원의 점도 1차원의 선도 아닌 이상한 기하체이다.

또 다른 예로 '코흐 눈송이'라 부르는 곡선이 있는데, 이는 1904년 헬게 폰 코흐(1870~1924)에 의해 만들어진 코흐곡선으로 시작하는 도형이 정삼각형인 경우이다. 만드는 방법은 주어진 정삼각형의 각 선분을 삼등분하고 가운데 선분 위에 정삼각형을 그리고 밑변은 잘라낸다. 각 변에 새로 만들어진 네 개의 선분에 대해서 각각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위의 규칙을 무한 번 적용해 얻어지는 코흐 눈송이의 프랙탈 차원을 구하면 약 1.262차원이 된다. 선도 아니고 평면의 차원도 아닌 이들의 중간 차원이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1차원의 선들을 연결했으므로 1차원이어야 한다. 코흐 눈송이의 길이의 합은 무한히 늘어나지만 일정한 면적을 갖는 원래 정삼각형의 외접원 반경 안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코흐 눈송이의 길이는 매 단계에서 4/3배 만큼씩 늘어나므로 길이가 무한대로 발산하는 1차원 이상이고 유한한 면적을 갖기 때문에 2차원 미만인 매우 이상한 곡선이다.

지난달 17일 역사적인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을 위해 남북철도 연결이 성사됐다.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를 아시아 대륙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손끝으로 한반도의 끝 부산에서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철길을 따라 가보는 기차여행의 성급한 환상에 젖어본다. 이제 남북 합의의 정치, 외교적 문제만 해결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남북철도를 넘어 시베리아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 등 아시아횡단철도 시대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데, 이는 새로운 철도의 탄생을 의미하고 대륙철도의 출발지로서 부산이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로 비상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부산에서 유럽까지 전체 선로길이는 알 수 없으나 인간이 설치했으니 유한할 뿐인 이 철도가 아직까지는 코흐곡선처럼 무한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에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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