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역이 '예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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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역이 독일 작가들의 전시장이 됐다. ㈔다빈예술공간은 부산시와 함부르크 시의 문화 교류 일환으로 25일~다음 달 10일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진역 역사 내에서 '시작이 반이다(To begin is to be half done)'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갖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24일 오후 5시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진역 역사. 문 닫은 지 7년 동안 인적이 끊겼던 부산진역이 북적거렸다. 흉물로 방치됐던 역사가 예술의 옷을 입었다는 소식에 발걸음 한 시민이 얼추 200명은 넘었다. 전시장을 찾은 이순영(46·여·부산 해운대구 좌동) 씨는 "부산진역이 어떻게 바뀌었나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왔다"고 했다.

부산진역 역사 내에서 부산시와 독일 함부르크 시의 문화교류 일환으로 다음 달 10일까지 '시작이 반이다(To begin is to be half done)-만남의 시작 전'이 열리고 있다.


부산-함부르크 문화교류전

흉물로 방치됐던 기차역

'열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입구부터 관람객을 당황하게 했다. 지하철이나 아파트 공사장에서 봄직한 철제 가림막이 전시장 입구 양옆으로 길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전시준비가 덜 됐나?" 그리 생각하면 오산이다. 독일 작가 얀 코흐셔만의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부산진역 주변에 설치돼 있던 철 가림막을 보고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방치된 공간과 밖의 공간을 이어주는 매개 역할의 의미이면서 동시에 전시공간에 대한 긴장감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루프레트 마티스는 부산의 미술학도 50여 명에게 3가지 단어(여행, 도착,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말)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그들이 연상한 단어를 전시장 벽면과 천장에 매달아 보여준다. 예술, 열정, 우정, 나눔 등 수많은 단어가 벽면을 채웠다. 전시장 바닥엔 횡단보도를 그려 놓은 작가도 있고, 역사 내 기둥에 남아있던 유리 거울을 캔버스로 활용해 유령 같은 모습의 그림을 그려 넣은 작가도 있다. 독일 작가들의 전시 현장 이용 능력이 돋보였다.

역사 2층으로 올라가면 부산 작가들의 작품이 반긴다.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계단은 정승원 작가가 맡았다. "한국과 독일을 이어주는 계단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곳곳에 PVC 테이프를 붙여 계단의 의미를 한 번 더 강조하며, 계단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1층 화장실 옥상 위로는 김경화 작가의 시멘트 고양이 60여 마리가 반긴다. 계단 위쪽 방에는 검은 띠를 이용해 암실처럼 꾸며놓은 손몽주 작가의 설치작품이 있고, 2층 조그마한 자재 창고를 수십 개의 시계로 채워 넣은 장숭인 작가의 설치작품도 보인다.

하석원 전시 총감독은 "작가들은 서로 작업하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어 좋고, 시민들은 이런 것이 현대미술의 소재가 되고, 재료가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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