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심사평] 노인문제 따뜻한 시선으로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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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영 시인

많은 응모작 가운데 값싼 온정주의, 식상한 고전적 사고의 답습, 낡은 생활 서정, 필요 이상의 민족적 혈기 등이 1차에서 제외되었다. 시는 말이 아니라 언어의 이미지 형상화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춘문예는 역량 있는 신인의 새로운 감성을 찾아내는 일이지 결코 낡은 서정의 윤곽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윤송헌의 '생레미 몽유도'는 한때 유행했던 소재의 선택이, 이태호의 '분청사기상감연당초문병' 역시 빼어난 표현임에도 고전적 소재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신선하지 못했다.

김희동의 '겨울 소리를 보다'는 정갈하나 단조로운 내용이, 김다영의 '악수'는 압축과 절제미의 부족이, 이윤훈의 '폭설'은 패기를 앞세운 나머지 섬세한 표현들을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남은 작품은 김범열의 '을숙도 노랑부리저어새'와 고은희의 '의자의 얼굴'이었다. 앞의 작품은 부분 부분 모호한 표현들이 결정적인 흠이 되었다. '의자의 얼굴'은 시적 완성도 면에서 훨씬 앞서 있었고, 요즘 중요한 사회 문제로 등장한 노인 문제를 소재로 선택한 점 역시 주목할 만했다.

노인이라는 소재를 낡은 의자에 비유해 이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거듭 당선자의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을 평가하며, 앞으로 더 노력한다면 현대 시조의 부족한 정서적 공간의 확대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높은 신뢰감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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