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당선소감] '나만의 속도' 지켜가는 삶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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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낯설면서도 낯익은 방식으로 책들은 낙담 속에서도 웃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는 마음에 이르러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어느새 당선통보를 받는 날이 4학년 2학기 마지막 기말시험 공부를 하던 도서관. 전화기를 든 채 허둥지둥, 공회전하는 자동차 타이어처럼 귓속이 붕붕거리고 가슴이 멍했습니다. 늦게 출발할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까지 달리는 것이 진정 소중한 삶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빠른 삶도, 느린 삶도 아닌, '자신만의 속도감'을 체득하고 그 속도를 차분하게 지켜나가는 삶이 아닌가 합니다.

사람과 사물을 사랑하며 따뜻하고도 낯선 시선으로 삶을 포착해나갈 것을 허락해주신 부산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께 꾸준하게 오래도록 쓰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야생마 같은 저에게 시조라는 틀을 잡아주시고 이끌어주신 윤금초 교수님, 늦은 나이에 진학한 학생을 열심히 지도해주신 박영우 이지엽 황인원 교수님, 외에도 경기대 문창과·국문과 교수님들 고맙습니다. 딸의 늦은 공부 뒷바라지로 손목 힘줄이 툭 붉어져 나온 어머니, 묵묵히 나를 지켜 준 남편, 그리고 아들 딸, 재진·지혜에게 무엇보다 사랑을.

고은희 / 1961년생. 2010중앙시조백일장 1월 차상. 2011년 경기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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