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시] 수영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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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당도했다. 물들이 수군수군

수영만 물목에 앉아 터진 발을 닦는다.

초승달

어두운 가슴에

나룻배로 띄워놓고



온몸에 새겨 넣은 저 많은 이야기들

멍 들고 찢어진 곳은 서로 비벼야 꽃이 된다.

갯바람

행간을 열고

귀를 묻는 초저녁



다 쓰지 못한 날은 별책으로 묶어두고

경전 같은 후기는 대양에서 써볼까?

뱃고동 먼 바다 위로

깃을 치며 나른다



- 이원천 '수영강 일기' 전문 ('까치밥', 전망, 2009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고요히 결산 일기를 써야할 때. 부르터진 발로 당도한 곳은 어디인가. 참 아프게 온몸으로 견뎌낸 것들은 역사가 된다. 아쉬워하지 말자. 멍 들었거나 찢어져 상처난 곳은 서로 토닥여주자. 참 수고했다고, 참 잘 견뎠다고. 이제 가야할 곳은 대양이다. 마지막이라 생각했을 때 희망은 새 길목을 연다. 뱃고동이 울린다. 날개를 펼치고 다시 도전이다. 2010년이여! 권애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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