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판문화 새 신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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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상상총서' 첫 작품 주정이 산문집'적막'발간

도서출판 도요가 부드러운 인문학총서를 꿈꾸는 '도요상상총서' 첫 권을 출간했다. 사진은 첫 출간서적인 산문집 '적막'을 지은 판화가 주정이. 부산일보DB

"도요새처럼 아름답고 긴 날개로, 서서히 달궈지는 도자기 가마(도요)의 도저한 열기처럼, 세상 속으로 스며들겠습니다."

지난 3월 새로운 출판문화를 꿈꾸며 출범한 도서출판 도요가 마침내 첫 도서를 세상 밖으로 내놓으며 날개를 활짝 폈다. 첫 출간 서적은 판화가 주정이의 산문집 '적막'이다.

도서출판 도요는 극작연출가 이윤택이 김해 도요마을에서 공연·무용·문학 등을 아우르는 문화예술의 새로운 메카를 만들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부산 거제동 가마골소극장에서 지난 3월 태동한 뒤 첫 도서의 발간준비에 힘을 기울여왔다.

판화·사진 함께하는 관조의 세계
오래 삭은 장맛처럼 은은한 글

차기 출판작은 이윤택 '연기론'
2~3개월에 한번씩은 출판할 것


출판 진용은 발행인 이윤택, 편집인 허택, 책임편집 최영철, 기획 이상섭·이윤주. 출판 방향은 철학·미학을 포함한 인문학과 예술 분야 전반을 아우르면서 전문 학술서적보다는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읽히는 대중적 서적을 만들어보자는 것. '도요상상총서'는 이런 방향성의 공식 이름이다. '도요상상총서'는 책마다 고유한 주제를 하나씩 갖는다. 첫 테마는 적막이었고, 판화가 주정이의 산문집 '적막'은 그 주제를 그대로 책 이름으로 가져온 것이다.

산문집 '적막'은 작가가 김해에 거처하면서 '봉창'으로 바라본 세상의 한 단면이다. 거기에는 오래 삭은 장맛처럼 은은하면서도 단호한 글들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그 곁을 평화롭고 단정한 사진과 판화작품들이 절제된 풍경으로 지킨다. 그리하여 그의 적막을 "고요하면서도 팽팽하다"고 말할 수 있다.

크게 보면 책은 모두 네 부분으로 구성됐다. 자연에 대한 성찰(1부), 이웃을 향한 따뜻한 시선(2·3부), 고독한 예술가들의 불꽃같은 체취(4부). 한 꼭지마다 원고지 10매 내외의 글에 판화·사진이 함께하는 자유로운 형식이다.

"작품하기 바빠 외로울 새가 없어요. 갈수록 시간이 촉박하다는 강박이 더합니다." 그의 말처럼 삶과 예술에 엄격하고 단호한 태도는 인정사정 두지 않는 경지다. '내 그릇에는 아직 아무 것도 담긴 것이 없다. 꼴도 반듯하게 매만지지 못했다.'(102쪽) '나는 아직 생명이다. 내 생명은 약동하고 흐른다. 흐름이 어디쯤에서 멈추고 어디에 다다를지는 나도 모른다.'(104쪽) 열정과 성찰이 빚어낸 관조, 적막 속에 단련된 응시가 가슴을 시리게 한다.

한편 도서출판 도요는 김해 도요마을에 새로운 법인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가 조성되면 그쪽으로 함께 옮겨간다. 책임편집을 맡고 있는 최영철 시인은 "차기 출판도서는 이윤택의 '연기론'이 예정돼 있으며, 상상총서는 자비 출판이 아닌 만큼 책의 질적 완성도에 주력하면서 2~3개월에 한 번꼴로 출판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상상총서와 별도로 특정한 주제 아래 시·소설·희곡·에세이 등 분야에서 신작 위주의 글들을 모은 '엔솔로지'도 1년에 한 차례 발간된다. 올해 말에 나올 첫 엔솔로지의 테마는 '가족'으로 잡혔다.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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