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들춰보기] ③ '용두산 신사' 방화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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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방화 베일'고백으로 벗겨져

부산의 대표적 명소인 용두산공원. 이곳에는 일본인들이 만든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용두산 신사(神社·사진)'가 버티고 있었다. 일제가 신사참배를 강요한 1935년 이후 용두산 신사는 부산에서 일본인들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다.

광복한 지 3개월이 지난 1945년 11월 17일 토요일 오후 6시 용두산 신사가 불길에 휩싸였다. 신사는 때맞춰 불어온 해풍을 맞으며 순식간에 번져 한줌의 재로 변했다. 당시 민주중보 11월 19일자 신문에는 '용두산 신사 소멸,방화 혐의 농후… 일인의 모략'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보도됐다.

방화의 혐의가 짙었지만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시민들은 용두산 신사의 화재에 대해 속시원해했다. 소방서에서 조사에 나섰지만 누가 불을 질렀는지는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 있었다. 그런데 방화범이 최근 스스로 입을 열었다. 용두산 신사의 방화자는 당시 36세의 기독교 청년 집사 민영석(97)씨였다. 민씨는 일제에게 신사참배를 반대하다 두 번이나 투옥되고 직장까지 잃었다. 민씨는 지난해 부산경남교회사연구회에서 "시너를 두되들이 병에 담아 들고 불을 붙였다"고 공개적으로 방화 사실을 증언했다. 목사로 활동한 민씨는 50여 년의 세월이 지난 덕분에 건조물 방화범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박종호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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