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채널 '투니버스' 새내기 성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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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팬 여러분! 꿈을 드릴게요'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투니버스의 새내기 성우들. 사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혜옥 홍범기 김기흥 주자영 이희수 신용우 현경수. 박희만기자 phman@

요즘 케이블TV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은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다. 덩달아 이곳에서 목소리 연기를 맡고 있는 성우들도 상종가. 몇몇은 벌써 팬클럽까지 결성돼 탤런트 못지 않은 유명세를 누린다. 이에 힘입어 최근 치른,투니버스 5기 성우들을 뽑은 시험의 경쟁률은 무려 100 대 1.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지난 4일 경기도 분당 투니버스 방송국의 한 스튜디오. 'On Air(방송 중)' 등이 입구에 켜져 있다. 바로 애니 '작은 눈의 요정 슈가'의 녹음시간.

둘로 나뉜 부스 가운데 PD가 있는 곳에 예닐곱 명의 '신입' 성우들이 앉아 있다. 건너편 부스에서는 몇몇 성우들이 마이크 앞에 서서 '호호호~그랬어요''이만~안녕'이라며 녹음하고 있고,새내기 성우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메모지에 뭔가를 적으며 열심이다.

성우 수습 이틀째인 이날 교육내용은 '더빙'. 선배들이 화면과 입을 맞추는 걸 보고는 꽤 놀라는 눈치다. 한 시간여의 더빙을 지켜본 이들은 '2~3주 후면 실전에 투입된다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번에 뽑힌 새내기들은 모두 9명(여자 5명,남자 4명). 여자의 경우 900명가량이 접수,경쟁률에선 남자들과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고 한다. 신동식 제작팀장은 '1천명 이상이 몰린 건 처음'이라며 '최근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성우 시험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한다.

최종 관문을 통과한 이들의 면면은 총천연색. 고졸부터 서울대 출신까지 분포돼 있고 다양한 전직의 소유자들이다. 방송이나 영화 내레이터에서부터 CM송 가수,장애인 녹음 봉사자,교회 전도사 출신 등 '마이크 실전'을 거친 이들이 대부분. 가산점은 주지 않지만 실기 테스트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마이크 잡아본 이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게 신 팀장의 설명이다.

5기 중 막내인 정혜옥(22)씨는 고교 2년 때부터 시각장애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애인 녹음 봉사' 일을 6년째 해오고 있다. '성우가 되기 위해 이 일을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그는 '앞으로도 봉사는 계속할 생각'이라고 다짐한다.

300여 편의 CF에서 CM송을 부르고 국군방송 아나운서,홈쇼핑 채널의 쇼핑호스트로 이름을 알려온 이용신(28)씨는 경력 면에서 제일 화려하다. '대학 때 강변가요제에서 입상한 게 인연이 돼 방송 일을 하게 됐고 수입도 괜찮았죠. 하지만 그보다는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는 성우란 직업에 더 끌렸습니다.'

소시적 TV영화 '슈퍼맨'에서 주인공의 목소리를 맡은 성우 유광진의 연기에 반했다는 김기홍(31)씨. 여러 방송사의 성우시험에서 10여 차례 낙방한 끝에 꿈을 이룬 그는 '사법시험 보는 게 차라리 나을 뻔했어요. 사시처럼 1차를 면제해 주는 것도 아니고…'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토로한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의 주자영(31)씨는 유일한 '영화인'이다. 10여 편의 독립다큐 영화에서 내레이터로 활동했다. '얼굴이 못생겨 성우가 된 거겠지'라는 세간의 편견에 대해 이들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 그보다는 '어린이 팬들이 많아 마음씨가 따뜻한 이들이 모여있는 분야'란다.

앞으로 몇 주 후 목소리를 통해 애니 팬들을 찾아갈 새내기 성우들. 방영 후 올려지는 자신들의 이름을 꼭 기억해 달라고 특별 주문한다.

배동진기자 djbae@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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