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코디네이터'에게 배우는 에너지 절약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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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꼼꼼 체크'… 실천하는 주부가 지구를 살린다

지구를 살리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생활 속 작은 실천이다. '에너지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김신연(사진 가운데) 씨과 김희련(사진 왼쪽) 씨가 황송이 씨 집을 방문해 에너지 절약법을 설명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비도 조금씩 올라간다. 난방비뿐만이 아니다. 집안에서 컴퓨터를 켜거나 TV 시청 시간이 늘면서 전기 사용량도 많아진다. 똑똑하게 에너지 소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마침 부산시와 ㈔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는 올해 처음 '가정 에너지 코디네이터' 과정을 개설해, 현재 가정방문 실습 교육을 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 노하우를 배우러 이들의 가정방문 현장에 동행했다.


#지구를 살리려면

에너지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신연 씨와 에너지 절약 살림을 실천하고 있는 주부 김희련 씨. 이 두 사람은 지난 6월부터 문을 연 '에너지 코디네이터'의 막바지 과정을 밟고 있었다. 오늘은 가정방문 실습 교육일이라 부산 서구 남부민동의 한 아파트를 방문했다.

"코드 안 뽑으면 한달치 전기료 더 내는 셈"
커피포트 등 순간전력 큰 제품 과소비 주범
'오피스텔·아파트 빌트인 가전' 저효율 많아
부분 난방보다 '전체 20도 안팎 유지' 효율적


집에 들어서자 이들은 집 주인 황송이 씨에게 간단하게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가정에 전기나 수돗물을 공급하는 데에 탄소가 발생하는데, 탄소 때문에 지구 온난화 현상이 생긴다는 내용이었다. 많이 들었던 내용이지만 코디네이터가 직접 설명해 주니 한 번 더 각인됐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정부나 대기업의 활동만큼 살림을 하는 주부의 작은 실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지구를 사랑하라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부모의 에너지 절약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교육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후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실천법을 설명했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이 대기전력 차단하기. 즉 사용하지 않는 전기 제품의 코드를 뽑아 놓는 것이다. 대기전력을 차단해 봤자 얼마나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는 주부가 많단다. 김신연 씨는 대기전력 낭비로 국가에서 연간 5천억 원이 버려진다며, 대기전력만 아껴도 가구당 연간 한 달치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말해도 체감을 못하는 주부들을 위해 직접 눈으로 직접 보여 주겠다며 대기전력 측정기계를 꺼냈다. 거실에 놓인 42인치 스마트TV의 대기전력을 측정하니 14㎾였다. 전원은 꺼졌지만 코드가 꽂혀 있어 시간당 14㎾가 낭비되고 있는 셈. 텔레비전을 켰더니 시간당 72㎾의 전력이 소모된다고 표시됐다. 코드를 꽂아놓으면 TV를 켜지 않아도 5분의 1 정도의 에너지를 버리는 셈이었다.  

황 씨가 코드를 일일이 뽑아 놓기 불편하다고 하자 코디네이터들은 전원 스위치가 달린 멀티탭을 추천했다.

대기전력 측정기로 낭비되는 전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런 전자 제품은 조심을

김신연 씨가 대기전력을 측정하고 있는 사이 김희련 씨는 집안 각종 전기 제품의 소비효율을 조사하고 있었다. 황 씨의 집은 비교적 에너지 소비효율이 좋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커피포트 등 순간전력이 큰 제품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헤어드라이어, 전자레인지, 다리미, 전기 프라이팬 등 순식간에 열을 올리는 기구들은 전기 과소비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시간당 전기 소비량이 1천㎾까지 올라가기 때문으로, 되도록 이런 제품의 사용은 피하라고 권했다.

또 냉장고, 전기밥솥 등 코드를 계속 꽂아 놓는 전자 제품은 반드시 소비효율 등급이 1, 2 등급인 것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빌트인 전기 제품은 소비효율이 낮은 제품이 많으므로, 집을 살 때 빌트인 제품이 꼭 필요한지 따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자제품을 살 때는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을 따져야 한다.

이야기를 듣던 황 씨는 혼수를 살 때는 소비효율을 따지기도 했지만, 요즘은 디자인이나 기능을 위주로 사게 된다고 했다. 김 희련 씨는 "반드시 소비효율을 따지고, 요즘에는 대기전력을 알아서 차단하는 제품들도 있으니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황 씨 집의 수도요금과 도시가스 요금을 점검했다. 전기나 수도, 도시가스 모두 매달 사용량을 체크해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씨에게 전기요금 누진제 표를 보여주며 전기 사용량을 줄일 것을 권했다.



#밥솥은 이렇게 사용하세요

이들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기록하던 황 씨는 에너지 관련해 평소 가졌던 궁금증을 쏟아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난방비였다. 비용 절감을 위해 방 한 칸만 난방을 하고 다른 곳은 보일러를 끄는데, 난방을 한 방이 따뜻해져도 계속 보일러가 돌아가서 이상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김신연 씨는 다른 곳의 냉기 때문에 보일러가 계속 작동하는 것이라며, 방 한 칸만 난방을 하는 것보다 집안 전체를 20도 안팎으로 맞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론적으로는 18도 정도에 생활하라고 하지만 실제 살아보니 20도가 적당하더라는 경험담도 들려줬다.

황 씨는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것과 전기밥통의 보온 상태에서 보관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지도 궁금해했다. 김희련 씨는 밥으로도 온갖 실험을 다 해봤다며, 결론적으로 압력밥솥에 밥을 해서 먹기 한 시간 전에 전기밥통에 넣어 보온하는 것이 나았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전기요금도 적게 나오고, 밥맛도 좋았다며 밥짓기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어린아이가 있는 황 씨는 세탁기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때 들어가는 전기와 수도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황 씨의 숙제였다. 김신연 씨는 우선 세탁기 코드에 전원 스위치가 달린 멀티탭부터 달라고 권했다. 김희련 씨는 자신만의 세탁 노하우를 들려줬다. 세탁기에서 헹굼을 해도 깨끗하게 빨래가 헹궈지지 않더라며, 헹굼은 직접 손으로 한다고 했다. 세탁도 깨끗하게 하고, 전기 사용량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소개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황송이 씨는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보고 조언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에너지 절약 실천법을 들어도 그냥 넘겼는데, 코디네이터를 통해 구체적인 실천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글=송지연 기자 sjy@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가정 에너지 코디네이터'란?
김신연 씨가 실내 적정 온도와 알뜰 난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와 ㈔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는 생활밀착형 에너지절약 실천을 위해 ' 가정 에너지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정 에너지 코디네이터'는 가정방문을 통해 에너지 교육과 구체적인 에너지 절약 방법을 전해주는 이들로, 올해 처음 이들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현재 37명의 수강생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며 내달 초 수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저에너지 제품 선택법, 저탄소 소비 습관, 가정의 전기·수도·가스요금 읽는 법 등에 대해 교육 받고, 가정마다 방문해 관련 내용을 전해준다. 내년에도 교육 과정이 마련될 예정이다. 코디네이터 방문을 원할 때는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051-465-0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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