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삶 별난 취미] 이상룡 사하인터넷뉴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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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텃밭 가꾸며 몸과 마음 수양하죠"

어릴 때 농사를 해 본 중년이라면 텃밭 가꾸는 재미를 쉽게 잊지 못한다. 몸으로 빚는 자연의 예술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하인터넷뉴스 이상룡(61) 주필도 그랬다.

그는 지난 2001년 우연한 기회에 '도시 텃밭'을 시작했다. 올해로 벌써 11년째. 부산 서구 시약산 줄기의 중턱에 위치한 50평 남짓의 텃밭이었다. "제 땅은 아니고 도지했습니다." 도지(賭地)란 돈을 주고 빌린 땅을 뜻했다. 동아대병원에서 의료정보실장을 하고 있을 때 처음 빌렸다고 했다.

시약산 중턱 50평 땅에 호박 등 재배
농사 지으며 친구·이웃과 나눠먹어
유기농법…학교 급식 활용 방안 추진


"병원 후배가 땅을 빌려 텃밭을 하더라고요. 구미가 당겨 피마자 몇 그루만 심자고 부탁했지요." 그런데 이듬해 후배는 포기하고 자신이 그 땅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처음에는 농사 개념이 아니었어요. 푸성귀를 키우다 친구들이 오면 함께 뜯어 먹는 풍류 수준이었지요. 저도 솔직히 그 맛이 좋았고요." 하지만 작은 텃밭이라도, 농사란 무릇 그런 것이 아니었다. 노동과 시간이 필요했다. "휴일은 당연하고 주중 하루는 온전히 텃밭에서 보냅니다. 출퇴근길에도 종종 들르고."

그는 텃밭을 가꾼 이후 골프도 접었다. "더 이상 (골프를) 칠 여유도, 이유도 없어요." 텃밭의 마력은 컸다. "밭에 나와 이놈들이 크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거든요." 직장에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도 이곳에 오면 봄눈 녹듯 온갖 근심이 다 사라졌다고 그는 답했다.

"상추 씨앗은 먼지보다 작아요. 그래서 심는 게 아니고 흩뿌리는데, 이놈이 몇 달만 지나면 파랗게 형체를 드러내요. 그리고 조금 더 있으면 밥상에 오를 만큼 풍성해지지요." 그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텃밭 가꾸기는 농사와 다릅니다. 노동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닦는 수양입니다." 그는 퇴비도 직접 만들어 쓴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밭에서 만든다고 했다. "자연의 선순환입니다. 그 선순환의 자연 철학을 몸으로 배우는 거지요."

텃밭은 작지만 소출된 작물은 다양하고 풍성했다. 고추, 상추, 열무, 들깨, 토마토, 오이, 가지, 콩, 쑥갓, 머위, 돼지감자, 방아, 피마자, 토란, 호박…. 그는 손가락을 끝없이 접었다. "우리가 먹는 것은 10분의 1도 되지 않아요. 남는 것은 죄다 이웃이나 친구들에게 나눠 줍니다." 키우기보다 나눠 주는 맛이 더 큰 것도 텃밭 가꾸기의 잔재미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최근 특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호미텃밭조합'이다. 호미로 할 수 있는 작은 텃밭의 주인을 죄다 모아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이라고 했다. "거의 모든 텃밭의 생산물은 주인이 충분히 소비하고도 남습니다. 그 잉여분을 학교 급식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싶습니다."

부산 영도 출신인 그는 시사잡지 '뿌리깊은나무', MBC의 'MBC 가이드', 동아일보의 '음악동아', 불교방송 등을 전전하며 서울에서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하다 지난 1995년 동아학숙 기획실장으로 귀향했다. 그리고 지난 2월 동아대병원에서 정년퇴직했다. 지금은 사하인터넷뉴스 주필과 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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