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를 말한다] ② 군사정권, 김지태 씨 개인재산 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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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주식을 5·16장학회에 넘기겠다는 내용의 기부승낙서. 김지태 씨가 서명하고 날인했다. 부산일보 DB

1962년 4월 초 어느 날 새벽, 김지태 씨의 부인 송혜영 씨의 자택에 중앙정보부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송 씨는 다짜고짜 끌려갔다. 해외여행에서 반지 하나와 카메라 한 대를 산 것을 두고 밀수라는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송 씨는 일본에 체류 중이던 김 씨를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한 '인질'이었다. 며칠 후 김 씨는 국내로 들어왔고, 곧바로 체포돼 4월 24일 부정축재 혐의 등 9개 혐의로 구속됐다. 군검찰은 5월 24일 김 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결국 김 씨는 구형 다음 날 5월 25일 재산 포기각서를 제출하고, 6월 20일 부산일보와 부산문화방송, 서울문화방송, 부일장학회 및 부산시내 토지 10만여 평 등을 '5·16장학회'(정수장학회의 옛 명칭)에 무상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기부승낙서'에 서명 날인했다. 김 씨는 그 이튿날 공소 취소로 석방됐다.

이를 두고 '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5년 '김지태의 재산헌납은 표면상 자발적으로 기부된 것으로 보이나 구속수감 중인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기부승낙서의 날짜 변조 사실도 확인했다. 6월 20일 구속 수감상태에서 기부했다는 의혹을 지우기 위해 날짜를 석방 이후인 6월 30일로 변조했음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으로 확인한 것.

실제 김 씨도 1976년 발간한 자서전 '나의 이력서'에서 당시의 정황을 설명하며 부산일보 등을 강제로 헌납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구속된 조건 아래 그런 서류를 작성한다는 것은 옳지 못하니, 석방된 연후에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버티었으나 막무가내로 어느 날 작성해 온 각종 양도서에 강제로 날인이 이루어진 것이다"고 회고했다.

김 씨의 큰 아들인 김영구 씨도 언론 인터뷰에서 "그 해 5월 25일 부산 군수기지사령부 법무관실에서 아버지가 수갑을 찬 채로 운영권 포기각서에 서명하고 도장을 찍었다"며 "내가 장남이라 인감도장을 가지고 가 현장을 똑똑히 목격했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군사정부가 개인재산을 '강탈'해 '5·16장학회'에 넘긴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일장학회의 재산포기는 헌납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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