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줄틀림' 땜질처방… 4년 지났는데도 원인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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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위험 안고 달리는 도시철도

포~증산구간 39번 교각과 42번 교각위 레일궤도 줄틀림 현상이 심화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강철로 된 받침대가 설치돼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교통공사가 도시철도 2호선 호포~증산구간의 변위(레일궤도 줄틀림 현상)를 확인하고도 땜질식 보수공사에 의지해 20개월가량 운행을 해온 사실은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라는 지적이 높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자칫 탈선 등 대형사고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지만 당국은 원인규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산선의 불안감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변위가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양산선 구간은 호포~증산구간으로 교각에 설치된 지상구간이다. 지난 2007년 8월 선로 순회 점검 중 직원 2명이 39번 교각과 42번 교각위 상·하선에 변위를 발견하고 관련부서에 통보를 하면서 변위 사실이 확인됐다.

교통공사 안이한 대응

변위현상 숨긴채 개통
받침대 설치 보수공사만


줄틀림 갈수록 증폭

교각 2곳 추가 변위 발생
레일 선형관리도 한계치


전형적 안전불감증

연약지반 고려않고 공사
부실 원인 낱낱이 밝혀야

보고를 받은 부산교통공사와 한국토지공사 측은 2개월 뒤 계측기 24개를 교각에 설치하는 것으로 나름 조치를 했다. 하지만 계측기 설치 사유는 '물금택지개발지구에 인접해 있고 이 지역의 도시계획도로공사 때문에 경사를 계측한다'는 명분이었다.

당시만 해도 변위사실을 위한 조치는 아니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변위사실을 밝혀낸 박인대 시의원은 "양산선 개통시기가 다가오면서 당국이 이같은 변위사실을 숨기려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 사이 이같은 탈선위험 사실은 숨겨진 채 2008년 1월 10일 양산선이 개통됐다. 시민들이 이같은 사실을 모른 채 양산선을 이용해온 것이다. 


교통공사와 토지공사는 변위가 심해지자 2009년 7월 대책회의를 실시하고 부산대 생산기술연구소에 '부산도시철도 2호선 호포~증산간 교량 횡방향 변위 복원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자칫 대형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는데도 뒷북대응을 한 것.

용역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2년 전 처음 발견된 교각의 변위는 더심하게 진행됐고 변위가 발견되지 않았던 교각 2곳도 추가로 변위가 발견 된 것.

용역보고서에는 '신축이음부분에서 횡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레일의 선형관리가 한계치에 이르렀다'고 적시했다. 박 의원은 "선형관리가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것은 자칫 탈선도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인데 도시철도가 탈선할 수 있도록 까지 부실한 공사를 했는데도 설계 잘못인지, 시공 잘못인지, 감독잘못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역 결과에 따라 당국은 변위 방지를 위한 스토퍼(받침대)를 설치하는 보수공사를 했다.하지만 추가로 발견된 교각은 변위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스토퍼조차 설치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원인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토지공사는 변위 원인을 '양산 물금택지 및 도시계획도로공사의 압밀침하에 따른 영향 등으로 추정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용역보고서에는 '압밀침하에 대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토지공사는 지난 6월 말로 계측관리 조차 종료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박 의원은 "레일 줄틀림현상이 스토퍼 설치후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 종료를 했다고 하지만 원인규명도 제재로 안된 상태에서 그나마 경사계도 측정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 의원은 "계측관리를 중단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현장 확인을 해본 결과, 직원들이 매주 2회씩 계측점검을 계속하고 있었다"며 "원인을 모르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숨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개통전 미세한 변위가 발견됐지만 그렇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해온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스토퍼 설치 등 근본적인 처방을 했다. 안전을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변위가 일어난 구간의 지반자체가 연약지반으로 교각이나 역을 설치할 때 이를 충분히 고려해 대책마련과 함께 공사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99년 3월 실시된 양산선 지반조사 보고서에는 '증산정거장 예정부지가 지반이 퇴적층이 존재하고 퇴적층은 대부분이 모래나 점성토로 구성돼 있어 지지력이 부족, 상재 하중을 지지할 수 없기 때문에 지지력이 충분한 지층에 상재하중을 지지할 수 있도록 기초를 충분히 강화하는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진 기자 jin9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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